EU 배터리 재활용 중요성 '업'…19조원 시장 열린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12.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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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연합(EU)이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비율을 더 높일 수 있는 새 기준을 제안한 가운데 독일과 미국 등이 해당 시장을 겨냥한 기술 개발에 분주하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만 2030년까지 12배 커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EU 배터리 재활용 중요성 '업'…19조원 시장 열린다


"재활용 더 많이"…EU 제안 맞춰 美·獨·中 기술개발 '각축전'
16일 독일 자동차 전문매체 일렉트라이브 등에 따르면 글로벌 화학업체 바스프는 최근 온라인 컨퍼런스를 통해 현재 건립 중인 독일 슈바르츠하이데(Schwarzheide) 양극재 공장에 전기차 폐배터리로부터 리튬을 회수하는 시설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2022년 가동 예정이다.



케르스틴 쉬얼레 아른트 바스프 연구 총괄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 중"이라며 "이 공정을 통해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을 매우 순수한 형태로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식으로 재활용된 재료를 활용하면 탄소발자국을 최소 25%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스프 발표는 최근 EU가 급증하는 2차 전지 수요를 저탄소 공정과 재활용 재료를 통해 좀더 친환경적 배터리로 대체하도록 환경 규정을 제시한 시점에 나와 더 주목된다.



지난 10일 EU 집행위원회는 △유럽에서 판매되는 2차 전지는 생산국에 상관없이 2024년부터 탄소발자국을 공개할 것 △2035년부터 배터리에 사용되는 코발트는 20%, 리튬 10%, 니켈 12% 재활용 비중을 지킬 것 △폐배터리 수거율은 현재의 45% 수준에서 2030년까지 70% 수준으로 높일 것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제안 단계로 아직 입법화 전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바뀔 수 있다.

배터리 재활용에 앞장 서고 있는 업체로는 미국 스타트업인 ‘레드우드 머티리얼즈’가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 기업은 초기 전기차들이 폐차되는 향후 5년 안에 ‘폐배터리 쓰나미’가 몰려올 것에 대비해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회사 측은 현재 배터리의 니켈, 코발트, 흑연 등에 대해서는 95~98%, 리튬에 대해서는 80% 회수율을 보인다고 밝혔다. 아마존과 파나소닉 등도 이 기업과 협업해 배터리 재활용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CATL은 최근 전기차 스타트업과 협력해 수명 16년, 주행거리 200만km의 배터리 개발 소식을 알렸다. 쩡위친 CATL 회장은 “이 같은 배터리는 원재료부터 셀, 모듈, 팩, 회수, 재활용까지 전기차 배터리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수명이 늘어나면 재사용·재활용 가치는 더 높아진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19년 15억달러(1조6000억원)에서 2030년 180억달러(19조7000억원)로 12배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2030년이면 전 세계에서 연간 15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폐배터리가 배출될 것으로 본다. 현재 전 세계 폐배터리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이나 앞으로 90%까지 늘 수 있다.

국내 배터리업계도 기술 활발…정부도 법안 정비 나서
국내 배터리 업계도 EU가 다양한 환경규제 정책을 내놓은 만큼 이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폐배터리 양극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업계 최초로 상용화 해 올해 이 기술을 기반으로 현대차와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기술은 핵심 원료를 고순도로 회수할 수 있다. 이외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전후방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는 5R(Repair·Rental· Recharge·Reuse·Recycling) 전략에 기반해 ‘서비스형 배터리’( BaaS, Battery as a Service) 체계를 구축 중이다.

LG화학도 LG에너지솔루션이 분할하기 전인 지난 7월 ‘2050 탄소중립 성장’을 핵심으로 지속 가능성 전략을 발표하고 전 세계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RE100’(신재생에너지로 전력 100% 사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고객사에 납품한 배터리를 수거해 잔존 수명을 예측하는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재사용 배터리로 만든 전기차 충전소용 ESS(에너지저장장치) 시범 시설도 예고했다.

그동안 폐배터리 활용에 걸림돌로 지적됐던 국내 법안도 정비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 15일,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등 18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21년 1월1일부터 전기차 폐배터리 지자체 반납의무 규정이 전면 폐지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차 소유주가 지정된 수거장소에서 폐배터리를 팔고 민간 기업이 이를 다시 되사는 재활용이 한결 쉬워질 것”이라며 “폐배터리 성능 평가 기준이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는 기준 등 세부적 절차들이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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