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명박근혜' 대국민 사과 하필 왜 지금?

머니투데이 박종진 , 서진욱 기자 2020.12.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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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는데도 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지 못해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며 '10년 동안 권력 운용을 잘못한 것에 대해 국정을 책임졌던 세력으로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2020.12.15/뉴스1(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는데도 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지 못해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며 '10년 동안 권력 운용을 잘못한 것에 대해 국정을 책임졌던 세력으로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2020.12.15/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직 두 대통령의 구속에 "용서를 구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지 4년 만이다.

당내 일부 중진들의 반발에도 강행했다. 대선 전초전인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폭주 직후 대국민 사과를 함으로써 여당의 '오만'과 야당의 '자성'이 대비되는 효과도 노렸다.

김종인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 지었다", 국정농단 등 첫 명시적 사과
김 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격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보수정당이 배출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등에 "저희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지었다.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을 잘 보필하라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 못했고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고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되지 못하고 분열했다"며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특히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했다. 김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며 "특정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공직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 등이 국민을 향해 반성의 뜻을 밝힌 적은 있지만 이처럼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었다.

김 위원장은 "언제나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아울러 정당 정치 양대 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함께 무너진다는 각오로 국민의힘은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민생과 경제에 한층 진지한 고민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는데도 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지 못해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며 '10년 동안 권력 운용을 잘못한 것에 대해 국정을 책임졌던 세력으로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2020.12.15/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는데도 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지 못해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며 '10년 동안 권력 운용을 잘못한 것에 대해 국정을 책임졌던 세력으로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2020.12.15/뉴스1
'비호감 없애야 선거 이긴다' 판단, 대국민 사과가 필수라고 본 김종인
이날 사과는 계속되는 선거 패배의 고리를 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야당을 향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 비호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선거는 필패라고 본다.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 다시 미래통합당, 또다시 국민의힘으로 연이어 당 이름을 바꾸고 쇄신을 외쳤지만 국민적 비호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스스로 보수정당 지지자임을 부끄러워하는 '샤이 보수'의 등장, 선거 때마다 회자 되는 "차마 찍어줄 수가 없다"는 민심 등이 모두 이런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대선, 지방선거, 총선 등 선거란 선거는 연거푸 참패했다. 지난 총선에서 확인했듯 정권의 경제실정, 조국사태 등에 실망한 이들이라도 여전히 국민의힘에 표를 주지 않는다.

그 근저에는 탄핵에 대한 명확한 사과가 없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제대로 된 사과가 없으니 개혁도 안 되고 설사 변화를 시도해도 국민에게 진정성이 전달 안된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시점)으로 볼 수 있다. 입법전쟁을 끝내고 본격적인 보궐선거전으로 돌입하는 시점에서 '대국민 사과'라는 카드로 야당 주도의 국면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 더 늦어지면 선거에 임박한 사과로 의미가 퇴색 될 수 있다.



文 대통령 지지도 역대 최저 때 나온 野 대국민사과…오만한 여당 vs 자성하는 야당, 프레임 시동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도 연일 추락하고 있다. 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이자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서울·PK(부산·울산·경남)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62~69%(리얼미터 기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까지 치솟고 있다. 긍정평가는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에 있거나 여전히 뒤진다. 국민의힘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국민 사과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실망 여론을 국민의힘 지지로 바꿔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1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갖고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2.14/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1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갖고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2.14/뉴스1
아울러 여당의 '입법독주'에 맞선 야당의 '대국민사과'라는 극적 대비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만한 여당과 국민 앞에 고개 숙인 야당이라는 프레임(구도)으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이어지는 2022년 대선을 치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여당이 필리버스터까지 강제 종결시켜가며 법안을 모두 강행 처리한 바로 다음 날 우리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국민 앞에 겸허하게 반성했다"며 "모든 것은 국민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재선의원인 성일종 비대위원은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과로서 당이 더욱 새로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4선인 김기현 의원도 "위선과 거짓으로 점철된 문재인 정권과 우리 국민의힘이 무엇이 다른지를 확실하게 보여드리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오늘 우리의 사과는 ‘굴욕’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용기 있는 진심’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당안팎 반발도…서병수 "입법 테러 못 막은 것에 참회해야", 홍준표 "스톡홀름 신드롬"
하지만 반발도 나왔다. 당내 최다선(5선)이자 대표적 친박(친박근혜)이었던 서병수 의원은 "특정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고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줬으며 권력을 농단했느니 하면서 재단해버리면 어쩌겠다는 것인가"라며 "그것도 하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치됐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도 없었을지 모른다며 문재인 정권이 희희낙락하는 바로 오늘에"라고 적었다.



서 의원은 "오늘 당의 비대위원장이 입을 열어 사과할 게 있었다면 기업할 자유를 틀어막고 말할 권리를 억압하고 국민의 삶을 팽개친 입법 테러를 막아내지 못한 것에 국민을 뵐 면목이 없다는 통렬한 참회이어야 옳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사과 계획에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고 비판해왔던 3선 장제원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미 사과했는데 내가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 힘 의원들이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종결투표를 앞두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0.12.14/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 힘 의원들이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종결투표를 앞두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0.12.14/뉴스1
김 위원장 등의 반대로 복당을 못하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비판은 더 거셌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사과는 의학적으로는 스톡홀름 신드롬(극한 상황에서 강자의 논리에 약자가 동화되는 현상)이라고 한다"며 "야당은 집단적으로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서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착각 하는것 같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실컷 두들겨 맞고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를 한다?"라며 "탄핵 사과는 지난 대선때 인명진 위원장도 포괄적으로 했고 나도 임진각에서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과는 대표성도 없고 뜬 금 없는 사과"라며 "사과를 하려면 지난 6개월 동안 야당을 2중대 정당으로 만든 것을 사과 해야 한다.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배알도 없는 야당은 처음 본다"고 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갈등이 확산해 비대위의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갈등의 구심점이 되는 계파가 없는 데다 다수를 차지하는 초선의원들이 과거와 단절, 혁신 등을 원하고 있다"며 "당내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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