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요양병원 '교차감염', 코호트격리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뉴스1 제공 2020.12.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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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창요양병원 확진자 106명…전체 7개층 중 3개 층서 나와
15일 0시부터 거리두기 2.5단계 격상…효과 ‘회의적’

14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체육센터 주차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털모자를 쓰고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3주간을 ‘집중 검사 기간’으로 정하고, 수도권 150곳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통해 무료 검사를 시행한다. 2020.12.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14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체육센터 주차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털모자를 쓰고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3주간을 ‘집중 검사 기간’으로 정하고, 수도권 150곳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통해 무료 검사를 시행한다. 2020.12.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부산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불분명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사망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요양병원에서도 잇따라 추가 확진자가 쏟아져 경고등이 켜졌다.

인창요양병원에서는 교차감염으로 인해 최근 2차례에 걸쳐 정기검사를 실시했고 그 때마다 추가 확진자가 두 자릿수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조용한 전파'로 감염 원인조차 알 수 없는 확진자의 가족과 지인이 줄줄이 감염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이에 부산시는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존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하지만 효과를 발휘할 지 현재로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시에 따르면 14일 오전 부산지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모두 40명으로 집계된다. 확진자 누계는 1290명까지 증가했다.



특히 신규 확진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8명은 인창요양병원에서 발생했다.

전체 환자가 입원중인 3층~9층 병동 가운데 3층과 8층, 9층 정기검사에서 확진자들이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이로써 인창요양병원 관련 확진자는 모두 106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환자는 88명, 직원 10명, 간병인 8명이다.


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인창요양병원 전체 입원자 525명 가운데 88명이 현재까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직원 353명 가운데 10명이 확진됐고 간병인도 8명 감염됐다.

106명에 달하는 인창요양병원 누적 확진자 수는 86명을 기록한 해뜨락요양병원을 뛰어넘는다.

게다가 최근 2개월 동안 해뜨락요양병원, 온요양병원, 인창요양병원, 학장성심요양병원까지 기존에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곳에서 집단전파가 잇따라 터졌다.

확진자가 나온 주간보호센터 접촉자 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도 14일 오전에 1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아 비상이 걸렸다. 주간보호센터는 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낮시간동안 돌보면서 건강관리 또는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인창요양병원의 경우 지난달 25일부터 동일집단(코호트) 격리조치가 이뤄졌고 전체 병동으로 코호트 격리가 확대된 상황에서도 교차감염으로 인해 추가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다.

안병선 부산시 시민방역추진단장은 "인창요양병원은 부산에서 가장 입원 환자 수가 많은 병원"이라며 "4층부터 7층까지는 아직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표환자가 나온 3층에서 시작돼 8층, 9층까지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료진이나 요양병원 종사자가 식당 등에서 서로 접촉해 전파된 것으로 의심하지만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는 병동 인력들의 동선을 분리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철저히 지켜졌다면 교차감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동선 분리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이런 상황은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 보건당국은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확진자들이 5~7일 이후 위중증 환자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중환자 병상 확보도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부산에 남아있는 중환자 병상은 전체 18개 병상 가운데 불과 5개 병상만 남아있는 상태다.

시 보건당국이 부산대병원과 동남권원자력병원을 대상으로 전담병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반 병상이 아닌 중환자 병상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는 요양병원 내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15일부터 요양병원, 요양원, 정신병원 등 고위험시설 종사자의 선제 검사 주기를 4주에서 1주로 단축하기로 했다. 또 종사자들의 불필요한 사모임 참석과 동호회 활동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날 부산지역 추가 확진자 40명 가운데 11명은 모두 가족 간 감염으로 인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로 분류됐다.

초연음악실 n차 전파나 VFC금융 소규모 집단전파의 경우 기존 확진자의 가족도 있었지만 감염 원인조차 모르는 확진자의 가족들도 잇따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10일 기준 감염불분명 사례는 일주일간 전체 확진자 발생 인원 가운데 11.1%였지만 13일기준은 사흘만에 14%로 증가했다.

특히 부산시가 발표한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만으로는 확진자 발생을 눈에 띄게 줄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동식 동아대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3단계는 실질적인 효과가 미치겠지만 2.5단계로는 부족할 것"이라며 "그래도 격상됐으니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강조해서 협조를 받아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이 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금속 표면에도 일주일 이상 살아있기 때문에 승강기나 문고리를 비롯해 환경소독, 손위생을 철저히 신경써야 한다"며 "내가 기존에 안전하다고 생각한 반경 안에서 벌어지는 사람과의 모임, 행동반경이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요양병원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중환자 병상 확보와 늘어나는 위중증 환자에 대한 대응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중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간호인력은 경증 환자와는 상당히 다른 전문적인 수준과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력 확보에도 신속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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