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수능 시험장 앞 …말없는 뜨거운 '포옹' 격려

뉴스1 제공 2020.12.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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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수능] 코로나로 수능 열기 달구던 응원전 제한
자녀 시험장 입장 뒤에도 담벼락 틈으로 한참 응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되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수험생이 배웅하러 나온 이모와 포옹하고 있다./뉴스1 © News1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되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수험생이 배웅하러 나온 이모와 포옹하고 있다./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3일 전국 138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능 고사장 앞은 예년과 달리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 중구에 마련된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 이화여자외고 앞에서도 별도 응원전은 없었다. 수능 당일마다 고사장별로 후배들이 모여 수능 열기를 달궜지만 올해는 감염병 사태 여파로 응원전이 제한됐다.



시험장으로 오는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점도 예년과 다른 퐁경이었다. 수험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능 시험 내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발열체크를 하는 등 출입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수험생들은 수능 시험장으로 일찍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8시10분까지 입실이지만 30~40분 전부터 수험생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떠들썩한 응원전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자녀를 응원하는 학부모의 마음은 올해도 변함이 없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시험장 안으로 들여보내기 전에 포옹하거나 등을 두드리며 마지막으로 격려했다.

정문 앞은 수험생을 태운 학부모 차량 대열이 만들어졌다. 수험생이 차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나설 때마다 학부모들은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며 "잘 보고 와"라며 인사를 건넸다.

자녀를 배웅한 뒤 귀가하던 김모씨(48·남·서울 관악구)는 "인생에서 어렵고 부담스러운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열심히 준비 잘 했으니까 소망하는 결과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길에 별다른 얘기는 안 했다"면서 "준비한 것을 모두 발휘하고 평소에 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시험을 보고 오라고 말해줬다"라고 설명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흘러나왔다. 이모씨(46·여·서울 영등포구)는 "수능 끝나고 면접도 가야 하는데 수능 볼 때 확진자가 나오면 어쩌나 아이도 걱정했다"라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시험장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학교 담벼락 틈으로 건물로 향하는 자녀를 한참 응시하고서야 돌아서는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수험생들은 한껏 긴장된 모습을 한 채 교문으로 들어갔다. 한 수험생은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가 학부모가 챙겨온 물을 빠뜨려 다시 나와 받아 가기도 했다.

중학교 후배를 격려하기 위해 시험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이유빈씨(19·여·서울 영등포구)는 "초콜릿, 사탕, 핫팩, 편지를 준비해서 후배에게 줬다"면서 "제가 수능을 보는 것 같이 떨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배가 너무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수능은 그냥 인생을 시작하는 첫 단계니까 만일에 실패하더라도 인생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고 편지에 써줬다"라고 설명했다.

수시모집 합격생도 수능 시험장을 찾았다. 올해 수능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결시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험생 사이에서 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이화여고에 재학 중인 3학년 손민양(18·서울 강북구)은 "수시에서 대학에 합격했는데 친구들을 위해 밑에서 점수를 깔아주고자 왔다"면서 "친구들이 수능 대박이 나서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사실 입실 완료 시각 직전 급하게 택시에서 내린 한 학부모는 자녀 도시락에 수저를 넣어주는 것을 잊었다며 출입 통제 요원을 애타게 찾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4시쯤 관악구에 거주하는 한 재수생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곧장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서울시는 해당 수험생이 정상적으로 수능을 치를 수 있게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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