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로 코로나 탈출?…"제주는 피신처가 아닙니다"

뉴스1 제공 2020.12.02 15:18
글자크기

1일 제주 한 달 살기 관광객 코로나19 확진판정
대형호텔 장기숙박 패키지 경쟁…도민 불안 커져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던 여행객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장기여행객에 대한 도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이 제주에서 연휴를 보내려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2020.10.9 /뉴스1 © News1 강승남 기자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던 여행객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장기여행객에 대한 도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이 제주에서 연휴를 보내려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2020.10.9 /뉴스1 © News1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한 달 살기면 일상생활을 했을텐데 동선공개도 안 되니 답답하네요."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던 여행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장기여행객에 대한 도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장기여행객의 경우 동선이 도민 생활권과 맞닿아 있고, 일반 관광객보다 복잡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일 제주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50분쯤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던 A씨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A씨는 제주 지역 83번째 확진자다.

단순 관광객이 아닌 장기여행객의 확진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재 도 방역당국은 A씨의 감염경로와 동선파악에 착수한 상태다.



한 달 살기를 하던 관광객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자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 도민은 "카페에 한 달 살기 문의글이 자주 올라오던데 결국 이런 사단이 났다"며 "시국이 시국인 만큼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회원 역시 "한 달 살기 오면 육지에서 지인들이 엄청나게 내려온다"며 "코로나 퍼지는데 해외는 못 가니 본인 만족을 위해 내려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가 초기 확산세를 보이던 지난 3월에는 제주도 내 한 달 살기를 금지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3월 제주도 내 한 달 살기를 금지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2020.12.2/뉴스1 © News1지난 3월 제주도 내 한 달 살기를 금지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2020.12.2/뉴스1 © News1
당시 청원자는 "이 시국에 제주를 피난처로 생각하면서 코로나를 피해 한 달 살기를 하러 오는 분들이 많다"며 "본인 지역보다 확진자가 적다고 제주로 내려오는 장기여행객들은 잠깐 있다 다시 돌아가겠지만 제주도는 보금자리이자 아이들이 성장하는 공간"이라고 호소했다.

해외여행길이 막히고, 제주가 타 지역에 비해 코로나 확산세가 더디다보니 장기여행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도 활발한 편이다.

제주 지역 대형호텔들마다 한 달 살기 패키지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손님몰이에 나섰다. 관련 패키지를 출시하지 않은 대형호텔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상품 대부분이 7~30일 간 장기숙박을 할 경우 숙박 요금 할인은 물론 부대시설 이용 혜택을 제공한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한 호텔 관계자는 "연초에 출시를 했었는데 손님들 반응과 예약률이 좋아 상품을 재출시하게 됐다"며 "코로나 확산세가 잠시 줄어들면 예약이 꽤 들어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살기 외에도 제주여행을 왔다가 되레 코로나에 감염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난 여름 성수기에는 불법 심야파티를 연 게스트하우스와 도내 한 온천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관광객 확진자가 속출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3박4일간 서울 지역 확진자 3명을 포함한 총 8명이 '코로나 탈출 제주 나들이'라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를 여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주도 역시 제주를 '피난처', '도피처' 삼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제주형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격상' 기자회견에서 "최근 코로나 탈출 나들이 명목으로 제주를 방문한 후 확진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며 "제주도는 코로나로부터 탈출을 위한 장소도, 코로나19의 도피처도 아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