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첫 고병원성 AI 농장주 "감염 상상도 못해…많은 분들께 죄송"

뉴스1 제공 2020.11.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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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마을 집단감염 이후 닥친 악재에 마을 분위기도 '우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8형 AI)가 발생한 전북 정읍시 소성면 기린리 육용오리 농장 . 인적은 끊기고 방역차량과 인력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2020.11.30/© 뉴스1 박제철 기자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8형 AI)가 발생한 전북 정읍시 소성면 기린리 육용오리 농장 . 인적은 끊기고 방역차량과 인력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2020.11.30/© 뉴스1 박제철 기자


(전북=뉴스1) 박제철 기자 = "어느때보다 신경써서 키웠는데...마을 주민과 인근 가금 농장 주인들에게 죄송할 뿐입니다."

올해 국내 첫 사육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한 전북 정읍 소성면 오리농가 대표 A씨(60)의 말이다.

발병 이틀 후인 30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8형 AI)가 발생한 전북 정읍시 소성면 기린리 육용오리 농장 주변은 방역인력 투입과 통제초소 설치로 분주했다.



지난 28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올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야생이 아닌 일반 사육농장에서 발생했다.

이는 10월21일 철새도래지인 천안 봉강천의 야생조류에서 처음 고병원성 항원이 검출된 이후 36일만이며 국내 가금 사육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2018년 3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29일 가금농장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정읍시 육용 오리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통제를 하고 모든 출입자와 차량을 대상으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2020.11.29/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29일 가금농장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정읍시 육용 오리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통제를 하고 모든 출입자와 차량을 대상으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2020.11.29/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농장 주인 A씨(60)는 지난 27일 45일을 애지중지 키운 오리를 위탁 거래소인 D 가공업체에 출하하려고 검역 기관에 검체를 의뢰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A씨는 자신의 오리가 고병원성에 감염됐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간 별 탈없이 잘 키워 왔으며 키우는 과정에서도 별다른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기에 꿈에도 의심도 안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8일, 검사를 보낸 시료가 검역당국으로부터 '국내 첫 사육농가 고병원성'으로 최종 확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A씨 농장을 포함해 반경 3㎞ 이내 소재한 가금 사육 농가 7호와 부화장 1개소의 가금류 48만7000수가 살처분 되고 부화장의 오리종란 40만개가 즉시 폐기처분됐다.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는 A씨의 심정을 면사무소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당시 아무 생각도 안나고 불안과 초조함속에서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수천 소성면장은 "평소 조용하고 한가로운 마을이었는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면장은 "농장주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분이었는데 이런 사태를 겪으니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농장을 운영하는 A씨(60)는 오리농장 운영 10년 만에 이같은 변고(?)를 당했다.

축사 3동에서 모두 1만9000수의 육용오리를 사육하는 A씨는 "이번 사태로 마을 사람들과 주변 가금농가에 죄송할 뿐이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8형 AI)가 발생한 전북 정읍시 소성면 기린리 육용오리 농장 주변에 긴급 설치되고 있는 이동초소. 2020.11.30/© 뉴스1 박제철 기자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8형 AI)가 발생한 전북 정읍시 소성면 기린리 육용오리 농장 주변에 긴급 설치되고 있는 이동초소. 2020.11.30/© 뉴스1 박제철 기자
A씨는 "그간 타 지역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이 발견돼 어느때보다 더 신중하게 사육환경에 신경을 썼는데 감염 이유를 모르겠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AI가 발생하지 않고 전국의 농장주들이 안전하게 생업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선례(60) 마을 이장은 "마을 주민들의 심정은 발생초기에 비해 많이 안정됐다. 현재는 특별히 동요하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이 오히려 A씨를 위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가 빨리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소와 같이 일상생활로 돌아 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A씨는 이번 피해로 1년여간 오리를 사육할 수 없다. 수개월 동안 농장을 소독하고 새로이 사육환경이 마련될 때까지는 다른 농업에 종사해야 한다.

비록 정부로부터 현재 피해(1만9000수)에 대해 보상이 지원되기는 하지만 이후에는 본인 스스로가 다른 농업을 통해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정읍시는 AI 차단방역을 위해 발생 반경을 중심으로 거점 소독시설과 발생농장 입구, 주요 도로 3개소에 방역 통제초소를 추가 설치했다.

또 10㎞ 이내 지역은 예찰 지역으로 설정하고 닭(22호), 오리(11호), 메추리(1호) 등 148만5000수와 부화장 3개소에 대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

28일부터 12월4일까지(7일간)는 정읍시 전역 가금농장을 대상으로 이동을 제한하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인체 감염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달 코로나19 마을 집단감염 사태로 가뜩이나 위축된 정읍지역의 분위기에 무거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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