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희도 짜증낸 유튜브 광고, 더많이 봐야 한다고요?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11.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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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유튜브 / 사진제공=유튜브유튜브 유튜브 / 사진제공=유튜브


"아악, 너무 짜증나, 동영상 볼 때마다"

# 지난 8월28일 공개된 유튜브 '네고왕' 영상. 광희가 내뱉은 말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 짧은 영상 하나를 시청하려 해도 광고를 반 강제로 시청해야 하는 불편함에 유튜브 시청자들이 하나같이 공감했다.



유튜브가 최근 구독자 단 1명만 있는 채널의 영상까지도 광고를 붙이기로 하면서 콘텐츠 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유튜브 광고 시청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고 시청자가 보다 다양한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의 자유'를 표방해 온 유튜브가 갈수록 돈독이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조건 광고 붙인다? 창작자한테 갑질하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유튜브는 지난 18일(본사 현지시간) 자사 공식 블로그 공지사항에서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포함되지 않는 채널이 제작한 동영상에도 광고를 싣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같은 날부터 미국에서 적용됐는데 내년 중반부터는 전세계 유튜브 서비스 국가에서도 시행할 예정이다.



YPP는 구독자 수 1000명을 초과하고 1년간 최소 4000시간 노출된 채널의 콘텐츠 제작자와 유튜브가 광고 수익을 나눠갖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는 YPP에 포함되지 않은 채널에 대해서는 "크리에이터(창작자)의 수익 지분은 없다"며 자격 기준을 충족할 때 YPP에 지원은 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팬덤이 보장되면 유튜브와 광고 수익을 나눌 수 있지만 앞으로 조회수가 낮은 채널은 유튜브가 마음대로 광고를 붙이고 수익을 모두 거둬가겠다는 뜻이다. 광고주가 낸 광고비를 유튜브가 독식하는 셈이다.


실제 이미 새 약관이 적용된 미국에서도 유튜브가 소규모 창작자들의 노력을 착취하고 수익만 빼간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나는 영상을 만드는 데 몇 시간을 소비하는데 유튜브는 광고를 넣고도 나에게는 땡전 한푼 안 준다고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인 한 유튜버는 유튜브의 새 약관을 비판하는 영상에서 "YPP가 아니라면 '5초 후 스킵'을 넣을 지 말지와 같은 선택사항이나 광고 내용도 창작자들이 선택하지 못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국내 창작자들 역시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100여명 남짓 구독자를 가진 초보 유튜버 A씨는 "유명 유튜버들이야 광고가 붙어도 수익이 나오고 광고 시청을 감수해도 볼 만큼 고정 시청자도 있을 텐데 신입 유튜버들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신입 유튜버들에게 광고가 진입장벽이 돼서 유튜브 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광고 홍수' 불가피…"결국 유료화 수순, 소비자 후생 저하"
유튜브가 모든 광고에 영상을 붙이겠다고 하는 것이 자사의 유료 서비스를 더 강화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광고 없이 볼 수 있다'고 홍보하는 유료 구독형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유튜브는 한 영상 시작 전에 2개씩 광고를 붙이는 '이중광고'도 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유튜브 시청 습관이 들어 버린 소비자들 입장에서 광고가 늘어나고 광고 시청에 성가심을 느낀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직장인 김모씨(33)는 "평소 회계, 통계학 같은 학술 정보를 개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유튜브로 학습한다"며 "이런 영상은 조회수가 낮거나 창작자가 일부러 공익적 목적으로 광고를 붙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공부할 때까지 광고를 봐야 한다면 아깝지만 그냥 유료 결제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IT 업계에서는 유튜브의 이번 정책 변경을 최근 구글이 강화하고 있는 수익 우선주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구글의 서비스 중 '무제한 사용'을 내세웠던 구글 포토는 내년 6월 이후 무료 용량을 15GB(기가바이트)로 제한했다. 사실상 유료화다. 100GB로 용량을 늘려 쓰려면 월 1.99달러(2400원)을 내야 한다. 구글은 구글플레이 자체 결제 시스템인 인앱(In-App) 결제도 게임 장르 외 앱에도 확대하면서 인앱 결제를 통한 수수료 수입을 늘리려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를 포함한 구글 서비스에 대해 창작자와 대중의 의존도가 높아지자 구글로서는 이들 이용자의 이탈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가격을 인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콘텐츠 창작자와 콘텐츠 이용자 모두 구글의 소비자인 셈인데 전반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저하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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