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뭐하세요?” 野 비판에도 계속 침묵한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0.11.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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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징계위 결과에 따라 윤석열 총장 해임 후 추미애 장관 교체 관측도 나와

[고양=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1.25.   scchoo@newsis.com[고양=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1.25.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배제와 징계청구를 한 이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역시 말을 아낀다.

야권은 연일 집중포화를 날린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해 "나라 꼴이 우스운 상황"이라며 책임론을 거론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역할이 과연 어떤 역할인가에 대해 묻고 싶다"고 입장 발표를 촉구했다.



여론도 좋지 않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이달 25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에게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은 결과 ‘잘못한 일’이란 응답이 56.3%로 집계됐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추 장관의 결정에 부정적이란 얘기다. ‘잘한 일’이란 응답은 38.8%에 불과했다.

일각에선 이번 징계청구 결과에 따라 윤 총장을 물러나게 한 뒤 개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추 장관도 교체하려는 게 문 대통령의 침묵이 지닌 의미란 분석도 나온다.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문 대통령은 계속 침묵할 것이란 정치권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친인권적 보안처분제도 및 의무이행소송 도입 당정협의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26.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친인권적 보안처분제도 및 의무이행소송 도입 당정협의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26. [email protected]
靑 “가이드라인 제시로 해석될 수 있어”
문 대통령이 계속 침묵을 지키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는 순간 이번 사안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청와대는 그동안 민정라인 문제나 검찰수사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했다. 민감한 사안에 적극 대응하는 순간 곧바로 ‘청와대 개입’으로 프레임이 전환되기 때문이다.

실제 청와대는 그동안 법리를 다투거나 정무적 판단이 깊숙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사안엔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는 신중한 입장만 내놨다.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 국회에서 여야가 협상을 통해 합의 도출을 시도 중인 현안 등이 대표적이다.


청와대가 지난 24일 추 장관의 사전 보고 여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는 짧은 메시지만 낸 것도 같은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이 대한민국 모든 사건과 사고에 대해 청와대 입장을 묻는 건 이해하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대검찰청 중간간부들은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가 위법,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추 장관이 검사징계법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 기일을 다음달 2일로 정했다고 밝혔다. 2020.11.26.    bjko@newsis.com[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대검찰청 중간간부들은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가 위법,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추 장관이 검사징계법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 기일을 다음달 2일로 정했다고 밝혔다. 2020.11.26. [email protected]
참여정부 경험한 文대통령의 학습효과
여권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는 또 다른 이유가 과거 참여정부 시절 학습효과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검찰개혁 작업 과정을 직접 경험해본 데서 비롯됐다는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검찰개혁 전면에 나섰다. 검사와의 대화란 파격적인 이벤트도 했고, 다양한 검찰개혁 과제를 수시로 언급했다. 참여정부는 당시 검찰개혁 과제로 수사권·기소권 분리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을 핵심과제로 내걸었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법무부의 문민화, 검찰의 기수문화 파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을 함께 추진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서 다른 이슈들이 상대적으로 묻혔고, 정국은 급속히 냉각되면서 실익도 크게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가 검찰을 직접 비판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독립성을 말하던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진 탓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런 과정을 지켜봤고, 정치적 파장과 검찰개혁 실익 등을 고려해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여권의 분석이다.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감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1.24.   sympathy@newsis.com[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감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1.24. [email protected]
지금은 추미애 타임, 때가 되면 文대통령 나선다
청와대는 이 사안 자체가 아직까진 법무부에서 다룰 문제라고 판단한다. 이번 징계사건 심의는 법무부 징계위에서 하기 때문에, 아직은 추 장관 소관이란 얘기다. 징계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고, 위원은 법무부 차관, 장관 지명 검사 2명, 장관 위촉 외부인 3명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검사징계법상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사건심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 추 장관은 징계위원 6명 중 위원장 직무대리를 지정해야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는 순간 법무부는 뒤로 빠지게 된다. 청와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결국 청와대와 검찰 간 대립으로 구도가 바뀐다. 이 사안의 성격 자체가 바뀌게 되는 셈이다. 청와대가 우려하는 그림이다. 정치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고, 정국은 마비가 될 것이란 게 청와대 분위기다.

따라서 징계위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진 문 대통령은 일절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해임이나 면직, 정직, 감봉 등이 징계위에서 결정된다면 법무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징계를 집행해야하므로, 그땐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주장하는대로 징계위 심의도 하기전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이 나오면, 그 순간 야당은 직권남용 등 법적 문제를 들이댈 것이고 정치적 파장은 더 커질 것”이라며 “법무부 징계위 결과가 나와야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tbs 의뢰로 이달 25일 진행됐다. 전국 18세 이상 8339명에게 전화를 시도해 최종 500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4.4%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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