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시선…경영 간섭·주주가치 훼손 우려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11.26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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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경사노위, 文 정부 국정과제 '노동이사제' 합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시선…경영 간섭·주주가치 훼손 우려




정부와 노동계가 노동조합 측 인사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합의함에 따라 노조의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노조가 수시로 공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물론 한국전력공사 등 상장공기업의 주주 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노동계는 '철밥통 직원'을 양산하는 공공기관 호봉제 대신 직무에 따라 임금을 받는 직무급제도 추진하기로 했지만, 원칙론적인 선언에 그쳐 진행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25일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 논의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국회에 건의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운법 개정안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공공기관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를 2인 이상 선임토록 규정한다.

정부, 노동계는 또 공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이라도 △근로자 대표의 이사회 참관 △의장 허가 시 의견 개진을 공공기관 노사 합의에 따라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조가 적합한 인사를 추천하면 비상임이사 선임도 가능하도록 했다.

경영 투명성 확보vs주주 가치 훼손…민간은 우려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인 노동이사제는 경영자 중심의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로 여겨진다. 노동계는 정권에 따라 경영진이 바뀌는 공공기관 특성상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노조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가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노조가 지나치게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커졌다. 회사 경영과 관련한 판단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상장 공기업의 주주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동 상임이사가 공공기관 이익보다 노조 이익을 대변할 수 있어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박주민 의원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의 경영 참여를 보장해 공공기관 경영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과 이사회 중립성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 등 부정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이사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공공기관은 IBK기업은행이다. 문재인정부 경제수석을 지낸 윤종원 행장은 지난 1월 취임 당시 노조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합의했다.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으로 확산할 지는 미지수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공공기관과 달리 민간은 노사 합의가 쉽지 않아서다.

노·정, 직무급제는 약한 수준 합의 진행될까 미지수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48회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9.22/뉴스1(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48회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9.22/뉴스1
정부, 노동계는 이날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에도 합의했다. 노동이사제에 적극적이었던 노동계와 직무급제를 원했던 정부가 두 사안을 주고 받은 모양새다.

직무급제는 연차가 쌓이면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와 달리 업무 성격과 난이도, 책임 정도 등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제도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했던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고 그 대안으로 직무급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 반대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직무급제를 채택한 공공기관은 한국재정정보원 등 일부에 그치고 있다.

직무급제 합의 수준은 노동이사제보다 약하다. 정부, 노동계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국회에 한목소리로 주문한 반면 직무급제 도입은 '함께 노력하자'는 문구로 수위를 낮췄다.

이에 대해 경사노위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직무급제 도입이 서로 등가 가치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동이사제를 통해 노동계가 얻는 것과 당장 내 보수와 관련된 직무급제에 따른 노동계 희생은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공공기관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합의는 공공기관 노조와 정부의 역사적인 대타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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