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 '법정 혈투' 시작된다…'집행정지'에 사활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김태은 기자 2020.11.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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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잔여임기 고려하면 본안보다 집행정지가 더 중요…결국 마지막 열쇠는 '김명수 대법원'이 쥘 듯

추미애 법무장관./ 사진=뉴스1추미애 법무장관./ 사진=뉴스1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처분을 놓고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정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정지 신청 심문이 윤 총장의 임기 유지를 가를 첫 '교전지'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의 '법적대응' 카드는 행정소송…집행정지 심문기일에서 격돌할 듯
25일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직무배제 처분에 따라 출근하지 않고 법적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에서 윤 총장이 할 수 있는 법적대응은 직무배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소소송을 시작하는 것이다.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은 검사징계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윤 총장은 직무배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직무배제 처분의 효력을 일시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총장 사건에서는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이 본안 소송보다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본안 사건 심리는 수개월이 걸린다. 윤 총장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7월까지 1심 재판이 안 끝날 수도 있다. 윤 총장이 임기만료로 퇴직한다면 재판을 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추가 심리 없이 사건은 각하로 끝난다.

반면 집행정지는 신청 후 심문, 결정까지 한 달 안에 이뤄지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신속히 진행된다.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 자기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고 있어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는 3심인 김명수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1심에서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한 상태로 다음 심이 진행된다. 집행정지는 2심 본안 소송 중에도 신청할 수 있지만, 앞선 결정을 바꿔야 할 만한 새로운 사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기계적으로 기각된다. 1심 본안 소송 중 진행된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느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양쪽에선 이번 가처분 재판에 총력을 다해 다툴 것이란 얘기다.



'검찰 공정성 훼손' '검찰총장 2년 임기 침해' 등 쟁점화 예상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행정처분의 집행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나타나고,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 그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 3항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 집행정지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조문들을 통해 추 장관과 윤 총장 양쪽에서 어떤 주장을 펼칠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추 장관 쪽에서는 윤 총장을 당장 직무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는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소권을 독점하는 권력조직 수장의 비위의혹을 확인하고도 직무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면 검찰의 직무공정성, 정치중립성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될 것이라는 논리를 펼 수 있다.

전날 추 장관이 확인했다는 윤 총장의 비위의혹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고 △측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착수를 중단케 했으며 △판사를 사찰했다는 내용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면서 추 장관은 "감찰결과 확인된 검찰총장의 비위혐의가 매우 심각하고 중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총장 쪽에서는 검찰의 직무공정성, 정치중립성에 위협이 초래된 적이 없고, 그런 막연한 개념을 갖고 국민들의 공공복리에 영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논리로 대응할 수 있다.

역으로 윤 총장 쪽에서는 직무배제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 효력이 당장 정지되지 않는다면 내년 7월까지 직무배제 상태로 직함만 유지하다 임기를 끝마쳐야 한다. 그렇다면 그 기간 동안 검찰총장 자리가 사실상 공석이 될 뿐더러, 검찰청법에서 보장한 검찰총장 임기 2년이 침해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비판할 수 있다.

독직폭행 기소된 정진웅 검사는 놔두고 윤석열만?
심문기일에서는 윤 총장 감찰이 적정했는지 여부를 놓고도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찰 적정성은 집행정지 심문보다 본안 소송에서 다뤄질 주제이긴 하지만,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집행정지 심문에서도 다툼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 총장 쪽에서는 감찰 과정은 물론 감찰을 통해 확인됐다는 비위의혹까지 모두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윤 총장의 비위의혹에 포함된 '재판부 사찰' 문건을 작성했다는 검사는 25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재판부의 재판 진행방식, 선고경향을 파악하려고 법조인대관·언론기사·포털사이트 검색 등 공개자료를 통해 자료를 만든 것일 뿐이라면서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로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특히 이 검사는 "법무부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작성 책임자인 저에게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채널에이 취재윤리 위반 사건 수사 중 '압수수색 육탄전'으로 물의를 빚었던 정진웅 차장검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차장검사는 서울고검 감찰 결과 독직폭행 혐의로 형사기소됐다. 대검찰청은 정 차장검사를 직무에서 배제시켜달라고 요청했으나 추 장관은 기소 과정이 적정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로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윤 총장 쪽에서 이 점을 파고든다면 형사기소까지 된 정 차장검사는 놔두고 자신은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누가 윤 총장의 특별변호인이 될지도 관심사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징계혐의자는 특별변호인을 선임해 징계심의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윤 총장 특별변호인으로 선임된 변호사가 향후 행정소송 절차까지 대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변호인으로는 윤 총장과 서울법대 79학번 동기인 남기춘 전 검사장이 관심을 받고 있다. 남 전 검사장은 윤 총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지시불이행으로 징계 심의를 받을 때 특별변호인을 맡았다.

한편 이 사건이 접수된다면 법원은 서울행정법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판사 출신인 추 장관, 윤 총장 등과 근무연 등 연관성을 따져 제척사유가 있는지 여부와 각 재판부가 처리 중인 사건 할당량 등을 따져 사건을 맡기 어려운 재판부를 제외하고, 남은 재판부 중에서 무작위 배당하는 식으로 담당 재판부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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