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거리 벌써 휑…'사채 전단지'만 문턱 닳도록 찾아왔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0.11.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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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지난 9월 21일 찾은 서울 신촌구 홍대 인근 상가가 2층에 '임대 문의' 종이가 붙어있다. (오른쪽) 11월 23일 찾은 같은 가게가 여전히 비어 있는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왼쪽)지난 9월 21일 찾은 서울 신촌구 홍대 인근 상가가 2층에 '임대 문의' 종이가 붙어있다. (오른쪽) 11월 23일 찾은 같은 가게가 여전히 비어 있는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


겨울 추위와 함께 코로나19 한파가 서울 신촌 홍대거리 일대 자영업자들을 덮쳤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하루 앞두고 이들은 다시 찾아올 고통의 시간에 한숨을 내쉰다.

한산한 홍대거리…곳곳에는 '임대·대출 문의'
23일 오전 찾은 홍대거리는 한산했다. 곳곳에 붙은 '임대 문의'와 빈 건물 사이 생존한 매장에는 한파를 뚫고 아르바이트생이 붙인 사채·대부업 광고 전단이 붙어 있었다.



해당 전단에는 은행권과 지인에 손 벌리기 어려운 고객들을 모신다며 이자율 24% 이내 고금리 대출을 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4년째 우동집을 운영하는 홍승우(53)씨는 해당 전단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자 구석으로 바로 치웠다. 그는 "대출 관련 전단을 매일 2~3개 받는다"면서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면서 전단을 뿌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거리두기 2단계가 한창이던 지난 9월과 비교했을 때 1단계를 거쳤음에도 홍대 상권의 상황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당시 세일 광고가 붙었던 일부 가게들은 이날 확인한 결과 간판만 남아 있는 빈 가게가 됐다.

'임대 문의'가 붙었던 가게들은 여전히 상당수가 비어있었다. 홍씨는 "길 건너 빵집도 개점 3개월 만에 문을 닫고 나갔다"고 밝혔다.

/사진=정한결 기자./사진=정한결 기자.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앞두고 한숨
그는 내일부터 격상되는 거리두기 2단계가 다시 걱정된다고 말한다.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시 모든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식사하는 테이블 간 1m 거리를 두거나 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

홍씨는 "1단계 때는 매출이 회복됐으나 다시 일 매출 5만원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고 밝혔다. 한 달에 못 해도 800만원씩 고정비가 나가지만 지난 9월 매출은 그 절반도 못 채웠기 때문이다.

그는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 혹시 손님이나 배달원이 올까 봐 고개를 내밀고 살핀다"면서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또 시작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대와 연남동에서 6년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A씨도 걱정이 앞선다. 주 고객층이 외국인인 A씨 게스트하우스는 코로나 확산으로 매출도 90% 급감했다. 방을 모두 단기 임대로 전환하는 등 궁여지책을 냈지만 큰 소득은 없다.

A씨는 "그나마 홍대 클럽 온다고 주한미군이나 지방 거주 외국인이 숙박했지만 모두 지난 9월 2단계가 되니 못 오더라"면서 "이제 다시 (격상되면) 10% 남았던 매출도 사라지게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위) 자영업자들은 이제 그냥 포기한 상태"라면서 "2단계는 사실 죽으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밝혔다.

홍씨 역시 "그냥 행복해지고 싶다"면서 "떼돈을 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입에 풀칠하면서 적당히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왼쪽)지난 9월 21일 찾은 서울 신촌구 홍대 인근 상가에 세일 광고가 붙었다. (오른쪽) 11월 23일 찾은 같은 가게가 비어 있는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왼쪽)지난 9월 21일 찾은 서울 신촌구 홍대 인근 상가에 세일 광고가 붙었다. (오른쪽) 11월 23일 찾은 같은 가게가 비어 있는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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