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에서 구명보트 뺏다"...美재무부 부양책 중단 논란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0.11.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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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사진=AFP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사진=AFP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재무부의 요청대로 코로나19 긴급대출 프로그램의 미사용 자금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재무부와의 갈등 국면에서 연준이 일단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 3월) 경기 부양법안에 따라 할당된 자금 가운데 미사용 자금을 반환하는 데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전 므누신 장관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대출 프로그램 9개 가운데 5개를 올해 연말로 종료하겠다며 미사용 재원을 돌려달라고 보낸 서한에 대한 답장이다.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반발하던 연준은 재무부와 대립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우려한 듯 하루 만에 협조로 선회했다.

므누신 장관은 부양책 일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이용률이 낮은 대출프로그램에 묶여있는 돈을 회수해 더 나은 목적으로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자금을 회수하더라도 경기부양을 위한 연준의 화력은 충분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므누신 장관은 20일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은 여전히 금융시장 압박을 해소할 수 있는 8000억달러의 바주카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므누신 장관의 갑작스러운 부양책 축소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회복 과제를 어렵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골탕 먹이기'라는 지적이다.

바이든 인수위원회 대변인 케이트 베딩필드는 므누신 장관에 대해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재무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미국 경제의 안전망을 제거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칼 웨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재무장관이 팬데믹 부양 프로그램의 만료를 허용하는 것은 타이타닉호에서 구명보트를 없애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대출 이용률이 낮다고 해도 필요할 때 없다면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경제적으로나 공중보건 측면으로나 재무부가 갑자기 위기대응 프로그램을 중단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며 "이 결정은 정치적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도 코로나19 재유행 속 자금경색을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20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긴급 승인 신청 소식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 간판 S&P500지수는 0.68% 하락 마감했다.

CNBC는 재무부 결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재무부가 연준과 다시 비슷한 형태의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되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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