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책임론에는 ‘정책 실패’라는 말로도 부족하고 ‘선의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그럴싸한 봐주기도 허락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역대급’ 토건 노선, ‘불로소득’ 주도성장 정책에 투기 세력이 양성되면서 정부의 개입과 역할이 있었다고 저자들은 보고 있다.
투기의 몸통은 거대한 임대 수익, 개발 이익을 독점하는 재벌과 토건족, 이들과 동맹을 맺고 국가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 집단, 그리고 이들 속에서 사적 이익을 챙기면서 아닌 척 포장하는 정권과 무책임한 정치 세력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값이 일부 하락할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직접 미니 신도시 개발, 공기업 참여 서울 도심 재개발·재건축 계획을 발표해서 반전시켰다.(5.6대책)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부동산에 자신 있다”고 하고 최장수 국토부 장관은 “상승세가 멈췄다”고 했다.
국토부는 매해 1800억원을 들여 공시지가를 조사하고 관련 통계를 작성한다. 그 결과가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 14% 상승”이다. 하지만 이 통계의 원자료 및 산출 근거 공개는 “통계법상 불가능하다”고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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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자체 데이터베이스와 여러 민간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52%로 추산했다. 경실련이 책임질 인물과 공개 토론을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는 관료들이 기록, 정보,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진짜 부자’ 재벌을 챙기는 데 급급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한국의 재벌은 겉보기엔 물건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토지 불로소득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 사례가 현대차가 매입한 삼성동 구 한전부지의 세금 액수로, 실거래가 10.5조의 0.14%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는 대안으로 ‘뚝심있는 개혁’을 주문한다. 지금처럼 공기업이 재벌 흉내를 내며 땅장사, 건물장사를 하게 놔둘 것이 아니라 ‘3대 권력’(토지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후분양제 등을 섞어 적정건축비를 도입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을 쓰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도 2억원 이내로 30평대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명박(MB)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도입 이후 서울 집값 동향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대안이 없는 게 아니라 이 정권이 재벌, 공기업, 토건기업이 반대할 정책을 도입할 생각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김헌동 본부장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MB, 오세훈 같은 인물이 우려와 달리 오히려 무난했던 반면, 참여정부와 현 정부 주요 인사 대다수야말로 기대와 달리 개혁 의지가 없었을뿐더러 토건 관료들과 야합해 집값을 폭등시키는 정책을 펼쳐왔다”고 말한다.
안진이 대표는 “권력자들의 감언이설에 휘둘리지 않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직접 나서서 공부하고 토론하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대폭로=김헌동, 안진이 지음. 시대의창 펴냄. 280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