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띄어앉기 모습. /사진제공=예술의전당
거리두기 1단계로 공연장에 화색이 돌 것을 기대했던 한 공연 관계자는 10여 일 만에 거리두기가 1.5단계로 상향하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띄어앉기’에 대한 요령과 준칙은 몸에 배어있는데, ‘반토막’ 수익에 대한 우려는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갈수록 일평균 지역 발생 확진자가 100명 이상 늘어나는 분위기다.
뮤지컬 '2020 몬테크리스토'.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캣츠’, ‘노트르담 드 파리’, ‘몬테크리스토’ 등을 선보이는 대형 제작사들은 일제히 1.5단계 거리두기 시행에 맞춰 티켓 재오픈을 공지했다. 날짜가 코앞에 있는 공연들은 만석이 되지 않도록 티켓 판매를 중단했고, 24일 이후 예매분은 일괄 취소하고 재예매를 시작했다.
뮤지컬 ‘그날들’의 제작사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측은 22일까지 공연 잔여석 판매 마감을 알리며 “현장 판매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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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시작한 연극 ‘더 드레서’를 올린 정동극장은 전 좌석 붙여앉기 시스템을 가동했다가 19일 이후 좌석 조정에 나섰다. 정동극장 관계자는 “공연 예매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좌석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 2020 정동극장 연극시리즈 '더 드레서' 제작발표회. 1단계 거리두기로 전 좌석제 예매로 운영하다 18일 개막 당일, 거리두기 1.5단계 조치에 따라 좌석 띄어앉기로 재예매가 시행됐다. /사진=뉴시스
거리두기 변화에 따라 공연장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매출은 롤러코스터식 영향을 받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체 공연계 매출은 212억원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3월 91억원, 4월 46억원으로 5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다 7월과 8월 171억원과 179억원으로 생기가 도는 듯했으나 9월 들어 다시 70억원으로 떨어졌다.
거리두기 민감도는 공연계 중 대중음악 콘서트에 더 집중돼 취소나 연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5단계로 격상되면 ‘띄어앉기’가 가능한 뮤지컬 같은 공연과 달리, 콘서트는 '100명 이상 집회 금지' 조항으로 묶인다. 19일부터 22일까지 예정된 ‘내일은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가 무기한 연기된 것도 이 같은 방역 원칙이 적용됐기 때문.
거리두기 1.5단계 시행으로 무기한 연기된 '미스터트롯' 콘서트. /사진제공=쇼플레이
클래식, 뮤지컬 등보다 비교적 인파가 많고 (비말이 튈) 위험도가 높다는 점 때문에 콘서트가 좀 더 엄격한 방역 지침을 받는 셈인데, 거리두기 1.5단계가 계속될 경우 연말에 집중된 콘서트는 무더기 취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공연계 전체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며 “‘온택트’ 공연의 실험도 필요하지만, 당장 대면 공연의 현실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