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간끌기' 돌입…최악의 경우 하원이 대통령 뽑는다

머니투데이 이지윤 기자, 뉴욕=이상배 국제부 특파원 2020.11.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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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마치고 무대에서 손자를 포옹하고 있다./사진=(윌밍턴 AFP=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마치고 무대에서 손자를 포옹하고 있다./사진=(윌밍턴 AFP=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현재까지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당선이 확실시된 가운데, 현직 대통령으로서 28년 만에 재선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복 의사를 다시금 확고히 내비쳤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던 도중 바이든 후보의 당선 소식을 처음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바이든 후보에게 축하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 이로써 1896년부터 이어져온 패자가 승자에게 승복 메시지를 내는 전통이 124년 만에 깨졌다.



골프장에서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캠프를 통해 낸 성명에서 소송전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서둘러 거짓 승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선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우리는 오는 9일부터 선거법이 완전히 지켜지고 정당한 승자가 (백악관에) 앉도록 법정에서 소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언론들이 일제히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 소식을 전한 뒤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마치고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있다./사진=(워싱턴 AFP=뉴스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언론들이 일제히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 소식을 전한 뒤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마치고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있다./사진=(워싱턴 AFP=뉴스1)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불복 선언에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 확정되기까지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바이든 후보의 정권 인수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선 위스콘신,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등 일부 주에선 주법에 따라 줄줄이 재검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편투표 규정을 둘러싼 지리한 소송전도 이어질 전망이다. 투표 관련 소송은 해당 주 지방법원을 거쳐 연방대법원으로 가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선거인단 투표일까지 법적분쟁이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다. 일부 주에서 선거인단을 확정하지 못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없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리저브 웨스턴 대학에서 열린 첫 대선 TV토론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클리블랜드 AFP=뉴스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리저브 웨스턴 대학에서 열린 첫 대선 TV토론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클리블랜드 AFP=뉴스1)
미국 헌법에 따르면 이 경우 하원이 대통령, 상원이 부통령을 뽑게 돼있다. 이때 하원에선 인구 등과 상관 없이 주별로 한 표씩을 행사하는데 현재 하원 분포도를 보면 공화당이 26개 주, 민주당이 22개 주에서 다수당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구조다.


만약 차기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20일까지 대통령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이 임시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 과정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군과 자신을 지지하는 민병대까지 동원하려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자칫 민주당을 지지하는 민병대 또는 트럼프 대통령에 항명하는 연방군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는 내전 사태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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