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아파트, 귀신아파트, 지하철아파트…기상천외한 중국[관심집中]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0.11.0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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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청두시의 한 아파트 단지. 친환경 아파트를 표방했지만 관리 실패로 모기들의 천국이 됐다. / 사진 = 바이두쓰촨성 청두시의 한 아파트 단지. 친환경 아파트를 표방했지만 관리 실패로 모기들의 천국이 됐다. / 사진 = 바이두


정글아파트, 귀신아파트, 지하철아파트…기상천외한 중국[관심집中]
"아파트에 입주민보다 모기가 더 많습니다"

지난 9월 중국 SNS 웨이보에는 '정글 아파트'가 누리꾼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쓰촨성 남서부 청두시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친환경 아파트를 표방하며 모든 발코니에 식물을 조성했으나, 관리에 실패하면서 820세대 중 10여 가구만 입주한 '정글 아파트'가 됐다.

이 '정글 아파트'에 입주한 10여 가구는 방치된 식물들에 서식하는 모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지나치게 독특한 설계를 고집하다 실패한 또다른 사례가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동상·초역세권·다리 기둥…중국만의 '기이한 아파트들'
베이징 외곽에 있는 10층 높이의 한 아파트. 각각 행운, 부, 장수를 상징한다. / 사진 = 바이두베이징 외곽에 있는 10층 높이의 한 아파트. 각각 행운, 부, 장수를 상징한다. / 사진 = 바이두
충칭 리즈바(李子坝)역의 아파트. 지하철이 아파트 내부를 가로지른다. / 사진 = 바이두충칭 리즈바(李子坝)역의 아파트. 지하철이 아파트 내부를 가로지른다. / 사진 = 바이두
충칭에 있는 '다리 밑 아파트'. 1년 내내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다 . / 사진 = 바이두충칭에 있는 '다리 밑 아파트'. 1년 내내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다 . / 사진 = 바이두
베이징 외곽에는 거대한 동상 3개를 붙여 놓은 형태의 독특한 10층 건물이 있다. 행운, 부, 장수를 상징하는 3명의 토착신의 형태를 본따 만들어진 이 건물은 아파트와 호텔로 사용되며, 실제로 입주해 살고 있는 주민들도 있다.



그러나 이 '동상 아파트'는 중국 내 최악의 건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인근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씨는 현지 매체 중핑망과의 인터뷰에서 "노인들은 이 아파트를 좋아할지 몰라도,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흉물스럽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웨이보에서 '아무도 살고 싶지 않은 역세권'으로 알려진 아파트도 이목을 끈다. 충칭시의 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 '초역세권 아파트'가 그 주인공으로, 이 아파트의 6층부터 8층까지는 집 대신 충칭 2호선 '리즈바'(李子坝) 전철역이 위치해 있다.

이 '초역세권 아파트'는 리즈바 역과 동시에 건축됐으며, 산이 많은 충칭시의 지형 특성을 고려해 지어진 건물이다.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동 방지 장치를 별도로 설치했으나, 내부 주민들은 일반 도로와 비슷한 60데시벨 정도의 소음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칭시 외곽에는 고가도로 바로 밑에 지어진 '기둥 아파트'도 있다. 6층으로 지어진 이 아파트는 고속도로가 지어지면서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이 완강하게 이주를 거부해 다리 바로 밑에 위치하게 됐다.

'가짜 창문' 아파트에서 '귀신 아파트'까지…특이함 넘어 불법으로
산둥성 칭다오의 '가짜 창문'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도 부실해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 사진 = 웨이보산둥성 칭다오의 '가짜 창문'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도 부실해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 사진 = 웨이보
중국에서는 독특한 것을 넘어 불법에 가까운 건축물도 잇따라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SNS에는 '마량(중국의 전설적인 화가)이 지은 아파트'라는 이름의 글이 게시돼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었다.

산둥성 칭다오에 지어진 이 아파트에는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창문 대신 '창문 그림'이 그려졌다. 이 아파트의 건설사가 설계 실수로 창문을 배치하도록 한 건축물 안전 규정을 위반할 위기에 놓이자, 임기응변으로 페인트를 사용해 '창문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 건설사는 산둥성 외에도 상하이 등 대도시에 잇따라 '가짜 창문' 아파트를 지었으며, 내부 인테리어도 형편없어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중국 톈진의 '귀신 아파트'. 평범한 아파트로 보이나 각 문 안에는 사람 대신 망자의 유골함이 안치돼 있다. / 사진 = 소후망중국 톈진의 '귀신 아파트'. 평범한 아파트로 보이나 각 문 안에는 사람 대신 망자의 유골함이 안치돼 있다. / 사진 = 소후망
등골이 오싹해지는 '귀신 아파트'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톈진시 빈하이 신구에 만들어진 16개 동의 이 아파트에는 살아 있는 입주민이 한 사람도 없다. 모든 가구 내에는 망자의 유골함이 안치돼 있으며, 납골당에 3억 위안(한화 약 520억 원)을 투입해 아파트 형태로 개조했다.

언뜻 보기에는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으나, 중국 내에서는 인기가 높다. 분양 초기에는 20㎡(제곱미터) 기준 약 3000~4000위안(한화 50만~70만 원)이던 분양가가 경쟁이 몰리면서 20만 위안(약 3000만 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이 '귀신 아파트'는 '납골당·묘지 등은 면적 7000㎡를 초과할 수 없다'는 중국 건축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톈진시는 지난 9월 '귀신 아파트'의 불법 증축 여부를 들여다보는 한편 운영사 등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불법 아파트' 건축이 잇따르자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 6월 '불법 건축물은 비리의 온상'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뒤, 중국 정부는 하이난·윈난 등 대도시의 무허가 고층 아파트 수십 동을 잇따라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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