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코로나 국감', 정책으로 채웠다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2020.11.0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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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코로나 국감', 정책으로 채웠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평가 대상의원-강기윤(국힘), 강병원(민), 권칠승(민), 신현영(민), 김성주(민), 최혜영(민), 허종식(민), 고영인(민), 이용호(무), 전봉민(국힘), 정춘숙(민), 최종윤(민), 강선우(민), 김미애(국힘), 김원이(민), 남인순(민), 백종헌(국힘), 서영석(민), 이종성(국힘), 최연숙(국당), 서정숙(국힘), 인재근(민), 주호영(국힘), 김민석(민-위원장)

'정쟁에서 자유로운, 일하는 국회',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가 임한 자세다. 독감백신 사태, 의사 국가시험, 아동학대 문제, 코로나19(COVID-19) 대응 등 쏟아진 현안에 대한 다양한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가 이어졌다. 특히 독감백신 문제에 대한 국민 불안감 해소와 복지 사각지대 축소를 주문하는 목소리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김민석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4.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김민석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4. [email protected]
◇재선의 품격, 빛났던 초선…올해의 베스트의원=약 60%가 초선 의원으로 채워진 복지위에서 '재탕 국감'을 막고 깊이 있는 국감을 이끈 것은 '경력자'들이었다. 나란히 20대 국회를 경험했던 민주당 강병원·권칠승 의원은 다양한 주제를 뻔하지 않은 질의로 파고들며 이슈를 주도했다. 능수능란하게 피감기관장의 답변을 이끌어내는 '스킬'도 돋보였다.

강 의원의 경우 '메디톡스 재발방지법', '공공병원 설립시 예타 면제법', '의사면허 취소법' 등 법안 발의와 연계한 질의로 단순한 문제제기를 넘어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 의원은 유령 대리수술 실태와 외국 의대 유학을 통한 편법 의사면허 취득 문제 등을 지적하며 '의사저격수'로 나섰다. 특히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한 성형외과 전문의의 유령수술 폭로는 "사각지대를 알려줘 감사하다"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국민의힘 간사를 맡은 강기윤 의원은 수적열세에도 국감을 '야당의 시간'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질의마다 특유의 비유법을 활용하며 이슈메이커 등극에 성공했다. 간혹 고성과 호통으로 피감기관을 몰아붙이기도 했지만 자료 준비와 제보를 바탕으로 한 근거 있는 문제제기로 설득력을 높였다.

초선의원의 활약상도 돋보였다. 의사 출신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국감 준비, 높은 전달력을 바탕으로 한 송곳 질의로 국감 데뷔전을 치렀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국내 생백신의 콜드체인 유지관리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 보고서, 독감 백신 제품출하 당시 불용성 미립자 수치 시험 결과 등 미리 확보한 구체적인 자료를 질의에 적극 활용했고, 질병청도 놓치고 있던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 누락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email protected]
◇코로나 대신 독감백신…의사 국시도 '핫이슈'=올해 복지위 국감은 △상온노출 사고 △백색입자 검출 △접종 후 사망 사례 등 독감백신 관련 논란이 순차적으로 불거지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보건당국을 향해 독감백신 유통·접종 관리 과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사망 사례와 관련 여야 의원들은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한 목소리를 냈지만 접종중단 필요성을 놓고 대치했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안전성이 확실히 규명될 때까지 접종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당장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질병청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접종 중단보다는 조사 결과를 투명히 공개하고 '안전 접종'이 이뤄지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문재인케어'를 놓고도 맞붙었다. 야당 의원들이 건보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를 주로 지적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의료비 경감 등 효과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과잉진료 조장, 비급여 진료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당은 공공의료 강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집단휴진으로 반발했던 의료계에 대한 공세에도 집중했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 정서를 이유로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이들은 국시 문제를 대리 사과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과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아 국시 재응시 필요성을 언급한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에 대해서도 공세를 펼쳤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미추홀구 형제 화재 참사TF'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TF 결과보고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영희 인천시당 지역위원장,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허 의원. (공동취재사진) 2020.10.19.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미추홀구 형제 화재 참사TF'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TF 결과보고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영희 인천시당 지역위원장,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허 의원. (공동취재사진) 2020.10.19. [email protected]
◇'복지위'다운 '복지위'…비례대표 활약=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약자를 주목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점도 '복지위다운' 모습이었다. 특히 장애인 비례대표 최혜영 민주당 의원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며 비례대표 의원의 가치를 증명했다.

최 의원은 지난달 8일 국감장에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 A씨와 그의 어머니를 참고인으로 불러 장애등급 판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나 장애판정을 받지 못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울음 섞인 호소에 국감장은 숙연해졌다. 이 의원 역시 같은날 국감장에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어머니를 참고인으로 신청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돌봄공백에 따른 장애인 가족들의 어려움을 전달했다.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 사고를 겪은 '라면 형제' 사건이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다. 허 의원은 민주당 인천시당 '미추홀구 형제 화재 참사TF(태스크포스)' 위원장을 맡아 작성한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제도개선과 예산확보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8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대한 화상 국정감사가 실시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8.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8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대한 화상 국정감사가 실시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8. [email protected]
◇복지위도 '방역 원팀'…화상회의·이석 허용=올해 국감 진행 과정에서 복지위는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호평을 받았다. 먼저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하고 있는 방역당국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달 8일 최초로 '비대면 국감'을 실시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와 세종(복지부), 청주 오송(질병관리청)을 잇는 3각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감사는 큰 차질없이 진행됐다.

이어 복지위는 지난달 22일에 종합감사에선 감사 도중 정은경 질병청장을 돌려보내는 결정을 했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한 상황에서 정 청장이 빠르게 현장에 복귀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승적 판단에 따른 조치다. 김민석 위원장 주도로 여야 간사인 김성주·강기윤 의원이 의견을 모으는 데 앞장섰다. 김 위원장은 전체 국감을 마무리하며 "코로나19로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시점에 방역의 모든 문제를 가장 일선에서 다루는 집중적 논의의 장이 이곳이었다. 의원들도 피감기관도 역사적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추미애 국감' 될 뻔?…결국 없었던 '한 방'=단 한번의 파행 없이 국감이 끝났지만 복지위에도 갈등 요소는 있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무릎 수술을 담당한 주치의를 증인으로 신청해 채택됐지만 해당 증인이 국감 불출석을 통보하면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여당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가"라며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서 발부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감사 시작 후에도 재차 동행명령서 발부를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위원장과 갈등을 빚었다.

국민연금 개혁, 문재인케어 등 몇년째 반복된 국감 단골 주제가 재부각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새로운 문제 제기나 현실성 있는 대안 제시 등 차별점 없는 반복 질의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1.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1. [email protected]
◇"독감백신은 상한밥",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쏟아진 말말말=올해 복지위 국감 어록의 대부분은 강기윤 의원이 썼다. '촌철살인' 혹은 '과유불급' 평가를 받은 강 의원의 비유법은 감사장 분위기를 바꿔놓는 핵심 요소 중 하나였다.

▶"밥이 상해도 그 안의 탄수화물 절대량은 똑같다고 해서 국민들이 '상한 밥'을 먹을 수 있겠나"
10월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 "단백질 함량에 문제가 없어 백색입자 발견 백신의 효능에 문제가 없다"는 식약처의 답변을 반박하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무상의료를 꼭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한가"
10월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감에서 '문재인케어'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하며.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해서 머리 위에 두고 안심하고 잘 수 있나"
10월7일 복지부·질병청 국감에서 정부가 상온노출 독감백신 품질 검사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를 전량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고구마도 감자도 저렇게 운송하지 않는다"
10월8일 복지부·질병청 국감에서 신성약품이 운송트럭 문을 활짝 열고 콜드체인을 지키지 않은 채 백신 상하차 작업을 하는 영상 등을 공개하며.

▶"떨어져 있으니까 보고싶네예. 장관님은 안보고 싶습니까" "그립습니다"
10월8일 복지부·질병청 국감에서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의 첫 질의를 시작하며. 강 의원의 질문에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그립습니다"라는 익살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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