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도 않은 집, 가격 올랐다고 세금 더 걷으면 조세저항"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유선일 기자 2020.10.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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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시지가를 시가의 9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과거 전직 정부 경제팀 관료와 학계 인사들은 정책의 효과보단 부작용을 걱정했다.

과세 기준인 부동산 가격을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은 필요하지만 형평성이 결여돼 있다는것이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조세저항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우려하면서 일부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세는 시장을 왜곡해선 안돼…자의적 정책은 기대 밖 효과불러"
윤영선 전 관세청장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윤영선 전 관세청장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28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국민 기본권과 충돌하는 특성이 있는 조세는 시장을 흔들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넓은 세원을 발굴하고 납세자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 아래로 세율을 유지하는 게 조세의 대원칙인데, 현 정부의 공시지가 상향 움직임은 이 같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얘기다. 윤 전 청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으로 일한 세제 전문가다.



윤 전 청장은 "현 정부는 2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강수를 써왔는데, 최근의 강수는 공시지가를 올려 세금을 늘리는 것"이라며 "시장을 중립적으로 보지 않고, 자의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청장은 공시지가 현실화 대상이 아파트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대표적으로 들었다. '고가주택=아파트'라는 인식에 따라 단독주택, 오피스텔은 다른 재산과의 형평성을 외면했다고 윤 전청장은 밝혔다. 중저가 1주택에 대한 과세부담 완화 방침도 여론을 의식한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청장은 또 "1년 새 억원 단위로 시가가 오르내리는 부동산 시장에서 한국감정원의 연초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공시지가는 시장 왜곡을 부르기 십상"이라고 했다.


윤 전 청장은 "공시지가가 시가의 60~70% 수준인 것은 시장 변동성을 반영하기 위해 여유를 둔 것"이라며 "일관성 없이 자의적인 정책을 지속하면 시장을 왜곡해 정책 기대와 다른 효과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실현 이익 과세는 조세저항 부를 것…세대 간 조세 갈등 우려도"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지명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김광훈 법무법인 세양 대표변호사, 조주현 건국대학교 교수,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위원, 정순미 중앙감정평가법인 이사, 김수상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 /사진=뉴스1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지명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김광훈 법무법인 세양 대표변호사, 조주현 건국대학교 교수,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위원, 정순미 중앙감정평가법인 이사, 김수상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 /사진=뉴스1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도 "보유 주택은 시장가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시지가를 사용해 과세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공시가격에 관여하기 때문에 객관적 가격이 아니라 주관적 가격이 된다"고 문제점을 들었다. 세금은 법률에 의해서만 부과하게한 조세법률주의 위반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홍 교수는 "보유세는 미실현 소득에 대한 것으로 그에 대해 세금을 올리면 당연히 조세 저항을 불러온다"며 "정부의 실패를 국민부담으로 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청장 역시 고령화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세대 간 조세 갈등을 불러올 수 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 퇴직자 대부분은 자산의 70~80%를 부동산으로 갖고 있다"며 "은퇴하기 전 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모두 납부하고 마련한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를 올리면 조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보유세 강화) 방향은 맞는데 세금을 올리는 속도가 빠르다"며 "정부도 조세저항이 꽤 있다고 느끼니 조정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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