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온'에 목맨 IPO 동지 '카겜·크래프톤'의 속사정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10.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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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엘리온' 12월10일 출시…IPO 앞둔 크래프톤, 엘리온 흥행 절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왼쪽)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왼쪽)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크래프톤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 (22,250원 ▲350 +1.60%)가 서비스하는 신작 '엘리온'이 드디어 시장에 나온다. IPO(기업공개) 후 코스닥에 입성한 카카오게임즈와 IPO를 앞둔 크래프톤의 명운이 걸린 게임인만큼, 업계의 시선이 엘리온의 성적표에 꽂히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2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12월 10일 '엘리온'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엘리온'은 PC 다중접속임무수행게임(MMORPG)으로 이용자 간 대규모 전투와 화려한 그래픽, 다양한 콘텐츠 등이 강점이다.



상장 후 첫 결과물 내놓는 카카오게임즈…공모가 거품 논란 걷어내나
카카오게임즈는 국내를 비롯해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엘리온 서비스(유통)를 맡는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후 처음 서비스하는 게임이어서 회사 내부에서도 신작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후, 약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 흐름의 '반전 카드'가 될 지 기대하는 눈치다.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지난달 상장 직후 따상상(2일 연속 상한가)을 달성하며 8만 91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하락하는 추세다. 전일 종가 기준 4만4050원을 기록했다. 공모가(2만 4000원)보다 80% 이상 높지만 고점 대비 50% 수준 낮아진 수치다. 업계에선 엘리온의 성적이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본다. 카카오게임즈의 실적을 좌우할만한 엘리온 급의 대작이 없어서다.



카카오게임즈는 엘리온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IPO 공모가 거품 논란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총 4조원대의 기업가치를 증명하면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지의 성공적인 IPO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시총 4조원대로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지만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엘리온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다면 카카오게임즈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실적 가이던스는 매출 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대에 규모다. 이는 시총 1~2조원에 그치는 국내 중견게임사 실적과 비슷한 규모다. 시총이 두배에 달하는 카카오게임즈로선 실적 성장이 시급한 시점이란 얘기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5월 '검은 사막' 판권을 펄어비스에 넘기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배틀그라운드'와 '패스오브엑자일'로 버티고 있어, 엘리온이 검은 사막의 빈 자리를 대신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PC MMORPG '엘리온'PC MMORPG '엘리온'



IPO 전 단일게임 리스크 탈피 시급…엘리온 흥행 여부에 몸값 달려
크래프톤도 카카오게임즈와 같은 마음이다. IPO 성공을 위한 필수 요건이 엘리온의 흥행이다. 크래프톤은 전날 IPO를 위한 주관사로 5개의 증권사를 선정하면서 내년 IPO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현재 크래프톤에 대한 시장 기대는 높다. 배그 덕이다. 크래프톤은 배그 PC와 모바일이 모두 성공을 거두며 급성장했다. 크래프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8872억원, 영업이익은 51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9%, 295.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엔씨소프트(4504억원)와 넷마블(1022억원)을 추월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가치가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우려도 있다. 배그 다음 히트작이 없는 '단일 게임' 리스크를 안고 있다. 매출의 약 80%가 배그에서 발생해 배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이 대표작 외에도, 그와 견줄만한 게임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들의 경우 A 게임이 부진하면 B 게임으로 실적을 보완할 여지가 있지만, 크래프톤은 그럴 여건이 안된다. 배그 인기가 시들해지면 기업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크래프톤은 이같은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신작을 줄줄이 출시했지만 모두 부진했다. IPO 시점과 맞물려 출시하는 엘리온의 흥행이 간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엘리온이 성공할 경우 크래프톤은 단일 게임사 딱지를 떼고 기업 가치 급등을 노릴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하면 기대 이하의 몸값으로 평가받게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후 투자자 기대치를 만족시킬만한 결과물을 내놔야하고 크래프톤은 상장 전 몸값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며 "각각 개발과 퍼블리싱에서 검증받은 회사인만큼 흥행 가능성도 높아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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