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아파트 사려다 퇴짜 맞은 마카오인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10.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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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6월 말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중국 특별행정구역인 마카오 국적자가 최근 강남구 대치동 대형 아파트를 매수하려다 관할구청 토지거래허가 심사에서 '불허'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거주 목적이 아니란 이유에서인데, 향후 외국인들의 강남권 고가주택 매입 추세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강남구청 "실거주 목적 아니다" 불허 결정
28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6월 말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이달 23일까지 총 234건의 부동산 매매거래 허가신청서가 접수됐고 이 중 3건이 최종 불허 결정됐다.

한 사례는 마카오 국적자 A씨가 대치동 소재 한 대형 아파트를 법인 명의로 매수 신청한 것이다. 강남구청은 A씨가 과거 국내에 거주한 이력이 없는 점을 확인하고, 개인이 아닌 법인 명의로 사려는 이유 등을 추가 검증한 끝에 결국 거래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국내에 거주한 이력이 거의 없는 외국인이 법인 명의로 고가 대형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점에서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고 봤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요건에 위반돼 매매를 허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동 소재 한 주상복합 건물을 매입하려던 한 법인도 최종 불허 결정됐다. 건물 일부가 아닌 전체를 임대하려 했기 때문이다. 1.2종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건축물 일부를 임대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지만 일정 공간은 매수자가 직접 이용해야 거래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인접 시군구 거주자가 아닌 외지인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부지를 매입 신청한 것도 불허 결정됐다. 다만 이곳은 6월 말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이외 지역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잠실동에선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현재까지 총 89건의 거래허가 신청이 접수됐는데 불허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신청자 중 기존에 강남구에 거주한 외국 국적자(캐나다)의 신청 건도 있었다. 다만 그는 장기간 국내 실거주가 입증됐고, 기존 주택을 처분한 뒤 신규 전입을 신청해 매매 승인을 받았다.

하루 민원 전화 수십통…"30평도 큰데 왜 이사하냐" 해프닝도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구청 담당부서에 매일 수십통의 민원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대부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항의가 많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대치동아이파크 전용 84㎡에 거주 중이라는 한 민원인은 최근 같은 단지 전용 114㎡로 이사하기 위해 구청에 매매허가 관련 문의를 했는데, 담당자가 "가족이 4명이면 30평대도 충분한데 왜 좁다고 하냐.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강남구청 관계자는 "같은 단지 내 이사 문의는 처음이어서 구입 목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유선 통화만으로는 실거주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 최종 승인 여부는 신청서류를 검토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서울시는 6월 23일부터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서 1년간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했다. 주거지역은 18㎡, 상업지역은 20㎡ 넘는 토지를 살 때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지역 내 대부분의 아파트와 상가가 검증 대상이다. 허가 없이 거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 30% 상당액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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