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첫 단추 끼웠지만…'비토권' 등 난항 예상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0.10.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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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뉴스1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뉴스1


국민의힘이 24일 야당 몫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정하면서 공수처 출범 논의에 첫 단추를 끼웠다. 다만 공수처 추천위가 꾸려지더라도 실제 공수처장 임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내부 검토를 거쳐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 임정혁 변호사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이헌 변호사를 야당 몫 후보 추천위원으로 내정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6일 추천위원을 확정 발표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26일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으면 '야당 비토권(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아 공수처법을 개정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미 법정 출범시한(7월15일)을 100일 이상 넘겼다.

공수처 출범 논의에 물꼬는 텄지만 실제 공수처장 임명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민주당이 수 차례 추천위원 명단을 내라고 압박해도 헌법재판소의 결과가 나온 후 논의를 진행하자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의 야당 몫 추천위원 내정은 합법적으로 공수처 출범을 지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에 공수처법 개정의 명분을 주고 비토권을 잃는 것 보다 우선 추천위원을 선임한 후 비토권을 활용해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총 7명이다. 공수처장 후보는 이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선임된다. 야당 몫인 2명의 추천위원이 모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장 후보 자체가 될 수 없다. 야당에 부여한 비토권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사진=뉴스1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사진=뉴스1
민주당에선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5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야당이 추천할 공수처장 추천위원이 공수처 방해위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야당 추천위원들의 의미는 중립적이지 못한 인물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공수처 출범을 무작정 연기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며 "고의적으로 법을 악용하면서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는 악역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전날(2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예상대로 (국민의힘이) 공수처 출범 저지 2단계에 돌입한 것 같다"며 "추천위는 구성하고, 추천위에서 합법적(?)으로 부결시키면서 무한정 시간 끌기를 할 것 같다"고 적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뉴스1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뉴스1
국민의힘 의도와 관계없이 야당 몫 추천위원에 대한 검증 등 여야가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앞서 민주당이 추천위원으로 선임했던 장성근 전 경기중앙변호사회장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공범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위원직을 사임했다.

국민의힘이 선임할 추천위원의 경우에도 이후 결격 사유가 드러나면 다시 새 위원 명단을 내는 등 시간이 소요된다. 조혜정 정의당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내정자로 언급된 이헌 변호사는 과거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특조위 활동을 막은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공수처법 개정안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는 각각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선임을 위한 조건을 기존 '추천위원 7명 중 6명 찬성'에서 '추천위원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교섭단체 추천위원 몫을 여야로 구분하지 않고 국회 몫 4명으로 일괄 통칭하도록 했다.

공수처 몸집도 더 키운다. 현행 25명의 수사처 검사 수를 30명 이상, 50명 이하로 확대했고, 검사 임기도 현행 3년에서 7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 검사의 기소권을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범죄수사 강제 이첩권, 불기소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재정신청권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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