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딸 방치 살해 19세 엄마 징역 7년…대법 "다시 재판" (종합)

뉴스1 제공 2020.10.2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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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판례변경…형량 높아질듯
검찰 항소안해 남편도 1심 20년서 10년으로 감형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1심에서 소년법에 따라 상·하한을 정한 형(부정기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성인이 된 경우, 장기형과 단기형의 중간형을 기준으로 양형을 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항소 없이는 1심의 하한형 이상을 선고할 수 없다고 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2일 살인,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22)와 B씨(여·19) 부부에게 각 징역 10년, 징역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상소심에서 원심보다 중한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이지, 어떠한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부여해야 한다는 원칙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부정기형을 정기형으로 변경하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설정문제는 형사책임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적절한 양형재량권의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상소권의 행사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상소심 양형의 기준이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의 어느 지점에 존재하는지 여부를 정하는 ‘정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폭의 형태를 가지는 부정기형과 점의 형태를 가지는 정기형 사이의 경중을 비교하려면, 부정기형의 어느 한 지점을 기준으로 삼아 그 지점과 정기형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며 "부정기형에 있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 판단 기준을 설정하는 문제는 부정기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정기형이 부정기형의 장기와 단기 사이의 어느 지점에 존재하는지를 특정하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정기형의 장기형과 단기형의 정중앙에 해당하는 중간형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장기나 단기를 기준으로 삼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중간형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선고된 형이 실질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실질적인 불이익에 대한 우려 없이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상소권을 행사할 수 있고, 항소심은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를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 이상 소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참작해 적절한 양형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은 피고인만 항소한 상태에서 B씨가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단기형인 7년을 초과 선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며 "그러나 앞서 설명한 법리에 비춰보면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위반여부를 판단할 기준은 장기 15년과 단기 7년의 중간인 징역 11년이 되어야 한다"며 엄마 B씨에 대한 부분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아빠 A씨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박정화·김선수 대법관은 종전 대법원의 입장이 여전히 타당하므로 부정기형의 단기를 기준으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26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인천 부평구 소재 자택에서 생후 7개월 C양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1심 재판 당시 미성년자였던 B씨는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성년이 됐는데,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소년법에 따른 장기·단기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2심에 와서 성인이 된 피고인에게 소년법을 적용해 기간을 특정하지 않는 '부정기형'을 선고해서는 안되고,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1심이 선고한 단기형을 초과해서 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였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2심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공범인 A씨도 덩달아 징역 20년에서 10년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사건을 대법원1부에 배당한 뒤 법리검토를 시작했다. 그리고 약 2달 만인 지난 6일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전원합의체는 Δ부정기형과 정기형 사이의 불이익변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Δ기존 대법원 판결 등 단기설을 취한 종전 판례의 변경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이날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항소심에서 선고가능한 형의 상한을 ‘단기’로 정했던 종전 판례를 변경해 ‘장기와 단기의 중간’까지 선고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항소심이 충분한 양형재량을 행사하여 적정한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는데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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