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원, 어떻게 집단감염 벗어났나…‘선제적 격리·촘촘한 검사’

뉴스1 제공 2020.10.2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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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정신병원 절반 이상 집단감염, 박애원은 14% 그쳐
확진자 3층 생활관에 한정…끝까지 버틴 보호사 3명 ‘음성’

지난 9월 15일부터 40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고양시 정신요양시설 박애원. © 뉴스1지난 9월 15일부터 40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고양시 정신요양시설 박애원. © 뉴스1


(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환자와 종사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신요양시설 ‘박애원’이 지자체의 신속한 격리조치와 치밀한 검사, 체계적인 관리로 한 달도 되지 않은 기간에 상황을 종료시켜 또 다른 방역 모범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보건소는 지난달 박애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체 인원 283명(종사자 44명, 입소자 229명, 사회복무요원 10명) 중 40명(14%)에 그쳐 전체 인원의 50%가 넘는 확진자 발생률을 보인 타 지역의 정신의료기관과 비교해 매우 성공적인 방역사례로 평가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9월 15일 첫 확진자 발생한 박애원에서는 이후 누리관 3층 남성생활관에서 환자 36명 등 입소자 37명, 직원 2명, 공익요원 1명 등 총 4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마지막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7일 이후 잠복기인 2주가 지난 이달 11일 마지막 코로나19 전수검사에서 격리 대상자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옴에 따라 코호트 격리를 해제, 사실상 상황이 종료됐다.



특히 박애원은 초기 재빠른 대처로, 열악한 시설과 환자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정신의료기관 특성상 시설 전체로 확진자가 번지며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던 과거 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월에 발생한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의 경우 전체 입소자 104명 중 1명을 제외한 103명이 감염됐으며, 종사자 12명도 모두 확진 판정을 받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어 3월 2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달성군 제2미주병원의 경우도 입소자 286명 중 181명이 감염되고, 종사자도 72명 중 14명이 감염됐다. 이 병원은 코호트 격리 조치에도 불구, 계속된 확진자 발생으로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5월 초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서울 도봉구 창동 정신과 전문병원인 다나병원의 집단감염 사태가 확진자 60명을 넘어서며 아직까지 진정되지 않으며 사태 초기 대응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반면 고양 박애원의 경우 지난달 15일 시설 종사자 한 명이 외부(인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보고받은 고양시가 당일 곧바로 시설을 격리 조치하며 지역사회 확산은 물론 공동생활 공간을 완벽하게 분리하며 시설 내부에서의 전파도 차단했다.

이전에는 전수검사 후 확진자가 나오면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리던 것에 반해 고양시는 선 격리 조치 후 검사라는 결정을 내린 것.

특히 이같은 조치로 입소자 중 누리관 3층의 남성생활공간에서 3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다른 공간에서는 여성 입소자 단 1명만이 발생했다.

고양시 정신요양시설 박애원. © 뉴스1고양시 정신요양시설 박애원. © 뉴스1
또한 적극적인 검사도 사태 조기 종결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고양시는 첫 전수검사를 벌인 지난달 15일부터 마지막 검사가 진행된 11일까지 총 12차례나 촘촘한 검사를 진행했다. 거의 매일 검사를 진행한 셈이다. 이같은 조치는 확진자를 조기 발견해 임시 격리시설 설치와 입소자 분산 등 상황별 방역대책을 세우는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 종사자들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사태 초기 코호트 격리 조치가 내려지자 남성 요양보호사 3명은 힘든 여건임에도 불구, 격리를 자처하며 한 달 가까이 입소자들과 함께 생활했다. 이들 3명의 종사자들은 19명의 격리 입소자들과 함께 모두 마지막까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같은 노력에 격리기간 중이던 지난달 26일 중대본 관계자들이 박애원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급식관리, 대강당 격리실 설치, 다른 층 차단조치 등에 대해 호평을 쏟아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산동구보건소 고병규 소장은 “관내 최대 규모의 정신요양시설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10월 19일 입소자 33명이 국립춘천병원에서 박애원으로 안전하게 복귀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며 “보건소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와 선제적 대응으로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었던 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이번 주부터 지역내 요양병원·시설과 정신병원 등을 대상으로 일제 진단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신의료시설 코로나19 발생 현황 (고양시청 제공)© 뉴스1정신의료시설 코로나19 발생 현황 (고양시청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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