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무너지는 글로벌 가치사슬…"자립 전략 선회해야”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0.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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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계훈 KISTEP 연구위원 NIS 정책콜로키엄서 ‘기술혁신 관점에서의 GVC 향후 전망·전략’ 주제 강연

코로나로 무너지는 글로벌 가치사슬…"자립 전략 선회해야”


미·중 간 무역갈등,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수출 규제,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등 외부충격으로 각 국의 생산·소비가 위축되고 전 세계 교역량도 크게 감소하면서 이른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GVC)이 휘청인다. 이에 대응하려면 기업들이 시장 접근성보다 공급 안정성,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변경하고, 정부 차원에선 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리쇼어링(Reshoring·해외로 나간 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지원하는 한편, 대·중소기업 간 협력 활성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가 21일 ‘기술혁신 관점에서의 GVC 향후 전망과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 콜로키엄에서 도계훈 KISTEP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피해 확산과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 됨에 따라 기술혁신 관점에서 GVC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계훈 연구위원은 먼저 전 세계 코로나19 2차 확산에 따라 애초 예상을 넘어선 큰 폭의 GDP(국내총생산) 감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부품인 ‘와이링하네스’ 조달 문제로 2월에 공장이 멈춰선 적 있으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경우 4월 기준 71%가 가동을 중단했다. 그는 “국가 간 이동 제한이 GVC 균형을 파괴했고 원상 복원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이후 GVC 전망도 비관적이다. 도 연구위원이 발표 중 제시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GVC 재편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업의 43.1%가 부정적, 12.1%가 매우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GVC 재편이 기업경영에 미칠 영향이 2~3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답변한 기업이 41.2%, 4년 이상일 것이란 답변이 39.0% 정도였다.



도 위원은 미·중 간 통상분쟁으로 인한 높은 관세 회피, 중국에 대한 의존도 분산 등도 향후 GVC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로 꼽았다. 그는 “애플은 이미 향후 5년간 중국 생산의 아이폰 물량의 20%를 인도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샤프, 교세라, TSMC 등 다국적 기업들도 탈중국화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위원은 무엇보다 소재 부품 산업의 대일 무역적자,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넛 크랙커’(Nut Cracker)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을 신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0년 소재·부품 분야 대일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253억 달러를 기록한 뒤 하락 추세이나 무역수지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했으며, 작년 14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규모가 큰 시장에서 기술 난이도가 낮은 범용 제품 위주로 수출해 중국과 경합 품목이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일본은 시장 규모는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작지만 기술 축적을 통해 많은 품목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선진국들의 경우 첨단산업 중심의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가가치와 기술혁신 수준이 높은 핵심 공정 중심의 리쇼어링을 장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선 R&D·세제·인력·인프라 지원 등 산업 및 기업의 특성에 맞게 유형화해 맞춤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과학기술혁신정책과 산업정책, 중소기업정책 등 GVC 생태계 강화를 위한 지속적 연계 노력이 필요하며, 대·중소기업 간 수직적 하청 구조에서 수평적 분업 구조로 전환해 중소기업의 역량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내 반도체장비 산업의 경우, 후공정에 비해 전공정의 기술수준과 국산화율이 낮기 때문에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며 “각 공정별 국내 기업의 기술 수준 향상을 통해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생태계를 강화해 자립 기반을 닦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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