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현/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뉴스1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하 '브람스')가 지난 20일 종영했다. 이에 소속사 나무엑터스 측은 21일 극 중 이정경 역으로 화제를 모았던 배우 박지현과 나눈 일문일답을 공개했다.
박지현은 '브람스'에서 스물아홉 경계에 있는 이정경이라는 인물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에 대한 갈등을 현실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배우 박지현/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뉴스1
▶마지막 신을 끝내는 감독님의 컷 소리와 동시에 눈물이 났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마 그만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작품과 정경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이 많아서였던 것 같다. 그동안 했던 작품들에 비해 비중이 크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촬영하면서 동료 배우분들, 스태프분들, 그리고 정경이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행복하고 소중했나 보다. 물론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내가 이때 이렇게 표현했더라면 정경이를 더 잘 이해하고 납득해 주시지 않았을까'하는. 하지만 그런데도 아쉬움보다는 그리움이 더 클 거 같다.
-연기할 때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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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경이라는 캐릭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바이올린이다.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과 함께해온 정경이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고 서툴렀던 것 같다. 비록 노력한 만큼 바이올린 연기가 쉽지 않아서 속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연기하면서 늘 잊지 않으려 했던 부분이 많은 분이 말씀하시는 정경이의 서사였다. 준영이와 함께했던 15년이라는 시간, 현호와 사귀었던 10년의 세월까지, 그 길었던 시간이 드라마에서는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자유롭게 상상하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경이의 대사와 행동의 정당성들을 그 시간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박지현이 바라본 이정경은 어떤 인물이었나.
▶정경이는 불쌍한 친구다. 어머니의 죽음과 동시에 정신적인 성장이나 재능의 발전이 멈춰버린. 늘 곁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현호와 준영이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들을 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런 아픔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들과의 갈등 속에서 어리고 미성숙한 정경이를 보면 안쓰러웠지만 결국 그런 과정들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것임을 알기에 묵묵히 그를 응원해 주고 싶다.
-본인이 생각하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다르다. 외모가 차가워 보여서 그런지 많은 분이 정경이와 비슷한 성격일 거라고 오해하지만 조금만 같이 있어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다. 평소에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털털한 편이다. 웃음도 많고 어색한 걸 견디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일부러 더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촬영장에서도 동료 배우나 스태프분들께서 '정경이는 코미디를 하면 좋겠다'라고 하실 만큼 장난을 많이 쳤는데, 감독님께서 드라마 '환상의 커플' 속 한예슬 선배님이 하셨던 역할을 하면 잘할 거 같다고 하신 게 기억난다.(웃음)
배우 박지현/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뉴스1
▶나이를 떠나 너무 좋은 배우, 스태프분들과 함께했기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특히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극 중 아버지였던 김종태 선배님과 함께 연기한 거였다. 평소 너무나 존경하던 선배님이자 연기 선생님이셨는데, '언젠가 함께 연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현실이 되어 진심으로 행복했다. 그리고 송정희 교수님을 연기하신 길해연 선배님께서도 현장에서 많이 챙겨주시고 도와주셔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송아(박은빈 분), 준영(김민재 분), 현호(김성철 분), 동윤(이유진 분), 민성(배다빈 분)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정말 모든 것들이 즐겁고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있다면.
▶정경이 장면은 아니지만, 송아가 "바이올린 잘해요?"라는 어린아이의 질문에 "좋아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송아의 그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고 눈물이 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잘한다는 확신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많은 걸 포기하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꿈'인 것 같다. 아마 송아의 대사는 나뿐만 아니라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공감되지 않았을까.
-본인의 스물아홉은 어떤 모습일 것 같은가.
▶스물아홉이 머나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더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얼른 나이가 들고 싶었다. '지금의 나보다 더 성숙하고 많은 걸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 나이가 들면서 드는 생각은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스물아홉의 박지현도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도 조금의 바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거 같은가.
▶앞으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떠올리면 함께 했던 스태프분들, 배우분들과 좋았던 시간이 생각날 거 같다. 힘들었던 기억 없이 마냥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아마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인복에 너무나 감사하고, 다른 작품에서도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분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정경이의 성장을 지켜봐 주신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정경이 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작품과 정경이, 그리고 저 박지현에게 보내주셨던 관심과 응원 절대 잊지 않겠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유의하시고 얼마 남지 않는 2020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란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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