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 여파로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선 NHN여행박사의 양주일 대표가 남긴 글이 업계 안팎에서 눈길을 끈다. 버티고 버티다 결국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 대한 소회가 여행업계가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양 대표는 최근 사내 조직장들에게 "몇 번을 쓰고 지웠는지 모른다. '드라이(무미건조)하게 사유만 적을까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전할까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라며 "이 시간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기원했지만, 오고야 말았다"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보냈다.
이어 "백 마디 천 마디 말을 해도 납득할 수 없는 말들일 것이고, 머리론 이해해도 가슴이 거부할 것 같은데 그래도 잠시 고민했던 조직장님들께 말씀은 드리는 게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적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NO재팬으로 주력 시장이었던 일본노선이 위축되고 올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까지 겹치며 존폐기로에 몰렸다. 2002년 NHN에 입사해 NHN벅스 대표이사를 지낸 양 대표가 지난 5월 구원투수 역할을 맡고 활로를 모색했지만 녹록지 않은 업황을 견뎌내지 못했다.
양주일 NHN 여행박사 대표이사. /사진=여행박사
그러면서 "이 재난은 오래갈 것 같고 다들 아시는 것처럼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며 "여행이 재개되더라도 다들(경쟁사) 달릴 것이고, 그러면 또 마이너스 경쟁이 될 것인데 틀림없이 이 업계는 다운사이징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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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표는 인력 감축과 관련해 희망퇴직자에게 한 달치 월급의 위로금 밖에 지불할 수 없는 사정과 직원들에 대해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그게 뭐 정리해고지 희망퇴직이냐 하시겠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잔고가 없어 대출받아 지원하는 실정"이라며 "2달, 3달 급여로 하고 싶지만 100만원이 100명이면 1억인데 그 놈의 그 알량한 돈이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다만 양 대표는 자신의 이 같은 글이 공식적인 회사 입장으로 비춰지는 데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메일을 보내놓고 아침이면 후회할지도 모르겠고 뉴스에 퍼질까 두렵기도 하다"며 "다른 곳에서 다른 이유로 다시 만나면 좋겠다"며 글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