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상직, 중진공 본부장급 무더기 보직해임…'찍혔다' 소문 흉흉"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0.10.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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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5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2.05.   pmkeul@newsis.com[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5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2.05. [email protected]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서 20년 넘게 근속한 본부장이 무더기로 보직해임 당한 사례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더불어민주당을 자진탈당한 이상직 무소속의원이 이사장으로 재직한 2018년 2월부터 2020년 1월 사이, 4번의 인사발령에서 벌어진 일이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중진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인사발령지 및 내부고발자의 '보복성 인사 자료'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이 재임하던 2년간 보직에서 제외된 본부장(1·2급) 및 처장(1급)은 18명에 달했다. 이중 한 지역본부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했고, 창업지원처장은 당시 한 대학교에 파견업무를 희망해 보직해임한 것이라고 중진공 측은 해명했다.

이 두 사람을 제외하면 16명은 인사발령지를 받기 전 인사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올해 5월 새롭게 부임한 김학도 이사장은 당시 보직해임됐던 사람들을 진주 본사의 주요 보직에 다시 발령냈다.



조 의원은 "이상직 이사장이 사라진 뒤 보직해임 된 사람들이 속속 업무로 복귀한 것은 당시 인사발령이 업무능력때문에 제외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8.26/뉴스1(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8.26/뉴스1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의원이 이사장 시절 첫 인사권을 행사한 2018년 6월, 3명의 지역본부장을 일반 부장으로 강등하고 보직에서 제외했다. 2019년 1월에는 3명의 지역본부장과 1명의 본사 처장의 보직을 해임했다. 2019년 7월에는 5명의 지역본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1명의 본사 본부장을 서울지역본부 부장으로 하향조정했다.

특히 이 의원은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이사장직을 사퇴하기에 앞선 올해 1월, 마지막까지 5명의 실장과 처장, 본부장급 임원의 보직 해임 인사발령을 내고 중진공을 나왔다.


당시 중진공 내부에서는 "이사장이 반기마다 인사 '뺑뺑이'를 돌리며 긴장감 조성을 지시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실제로 한 지역본부장은 2019년 1월 부산, 6월 부산, 20201년 1월 다시 부산으로 6개월마다 인사발령이 났다.

진주 본사의 1급 처장이 직위해제 당할 때마다 "이사장에게 찍혔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공 관계자는 "이사장의 민원 사항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이사장이 관심을 보이는 행사 참여, 의전 등에서 실수하면 여지없이 '깨지고' 인사 때 보직을 박탈당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진공 내부 관계자는 "2019년 추석 즈음 이사장이 명절 선물을 돌린 것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문제제기 했는데 이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임원들이 다수 '찍혔다'는 소문도 있었다"며 "이사장이 12월 전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때 많은 직원들이 자의 반, 타의 반 동원됐는데 이 때도 (이사장이) 적극성 여부를 체크해 인사에 반영한다는 이야기가 회사에 파다했다"고 말했다.

한 지역본부 근무자는 "지역본부장의 보직 박탈 소식은 본부에 비해 소문이 잘 안 도는데 '이상직 이사장이 민주당 내에서 힘이 세다'는 평가가 많아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며 "지역본부의 주 업무가 정책자금 집행업무이다 보니 대부분 그와 관련된 민원성 업무 이슈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애둘러 말했다.

이와 관련 조 의원은 "중진공에 대한 중기부 종합 감사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만약 상급부처 감사로 숨겨진 진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감사원 감사를 통해 과감하게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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