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커버 시나리오' 쓰던 4인방은 어쩌다 등졌을까

뉴스1 제공 2020.10.15 18:42
글자크기

'인맥동원' '금감원딜' 수사 대책 문건…신빙성 가려야
핵심인물 '각자도생' 폭로전…수사팀 증원檢 검증 주력

© News1© News1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검찰의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사기 사건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로비 정황을 의심하게 하는 문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다만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진술을 쏟아내고 있어 자료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 검찰이 향후 어떻게 의혹을 규명할지 주목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수사 과정에서 '펀드 하자 치유' 제목의 문건을 비롯,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비 계획이 담긴 문건과 진술 등을 다수 확보했다. 검찰은 관련자를 상대로 작성 배경과 취지, 사실관계를 조사해왔다.



최근 일부 언론은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실사가 시작되기 직전 옵티머스 경영진이 작성한 '구명 로비' 시나리오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앞서 드러난 '펀드 하자 치유' 문건과 같이 로비 정황을 의심케하는 내용 뿐만 아니라, 경영진이 각자 어떤 역할을 맡아 어떻게 수사에 대비할 것인지 치밀하게 논의됐다.

문건에는 "인맥을 최대한 동원해 금감원에서 최대한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 확보" "검찰 단계에선 수사 범위를 확대하지 않도록 작업이 필요" 등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과 법원, 금감원 출신에게 자문을 구한다는 언급도 나왔다. 각자 역할을 정하면서는 '금감원과의 딜'이란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옵티머스 경영진이 로비 필요성과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커버 시나리오'도 담겼다.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가 회사와 펀드 운용을 전담하고 사기 행각을 주도했다고 검찰에 진술해 죄를 뒤집어 쓰고(커버) 시간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김재현 대표가 도주한 상태에서 시간을 벌고 2대 주주 이모 이사가 또 다른 펀드 조성으로 수익을 내 피해액을 메꾼다는 전략도 문건에 포함됐다.

검찰은 옵티머스 관련 문건과 진술의 신빙성, 문건에서 언급된 계획이 실제로 실행됐는지 등을 살펴왔다. 앞서 옵티머스 내부 문건의 신빙성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내부 분열로 여러가지 버전의 문건이 작성됐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폭로전에 악용되고 있어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앞서 옵티머스의 김재현 대표와 2대 주주 이모 이사와 윤 이사, 유모 스킨앤스킨 고문 등은 한몸처럼 움직이며 옵티머스 사태를 주도해왔다. 이들은 검찰 수사 시 각자 역할을 정해 상황을 해결한다는 공생 대책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내부 분열이 시작됐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검찰 조사에서 김 대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고문이 초기 설계를 했고, 그 뒤에는 이 이사와 윤 이사에게 속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사와 윤 이사, 유 고문은 김 대표가 범행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 관계가 깨진 이후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들은 '각자도생'에 나서며 서로 다른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검찰은 문건 내용과 작성자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건에 언급된 로비 대상자도 세세하게 확인해 실제 로비 여부를 검증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옵티머스 자산운용 측에서 금품을 받은 금융감독원 전 국장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를 벌인데 이어 수사팀 정원을 18명으로 확대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