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K배터리' 동맹…주가도 오른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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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엑스포]국내 배터리 3사, 중국·일본 업체보다 높은 평가…전기차 시장 시너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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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오창에 있는 LG화학 배터리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들여다보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충북 오창에 있는 LG화학 배터리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들여다보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이 세상 주식이 아니'라는 테슬라 주가가 오를 때마다 함께 주목받는 국내 업체들이 있다. LG화학 (373,500원 ▲500 +0.13%), 삼성SDI (408,500원 ▼5,000 -1.21%),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중국, 일본 업체 대비 저평가 돼 왔던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해외 경쟁 업체들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과 주가 모두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성장 잠재력이 높이 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회사 간의 'K배터리 동맹'은 시장의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국내 전기차 밸류체인(가치사슬)의 기업가치는 앞으로 더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업종 중 하나가 배터리다.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핵심 부품으로서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4배 이상 오르며 이 세상 주식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펀더멘털(기초체력)만 보면 과도하게 고평가 된 주식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지난 6월 주가가 1000달러를 넘으며 '천슬라'라는 별명을 얻었을 때도 '주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불과 2달 만에 주가는 2배를 넘어 2000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5대1 액면분할 이후 밸류에이션(기초체력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제기되며 다소 조정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400달러 선을 유지 중이다. 액면분할 전 기준으로 2000달러 선이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현재의 펀더멘털이 아닌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다. 아직은 전기차의 점유율이 미미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는 내연기관 차를 대체할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감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올해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의 점유율은 2.7% 정도로 예상된다. 하지만 2025년에는 이 비율이 10%로 늘고 2030년에는 28%, 2040년에는 58%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테슬라 시가총액이 약 3800억달러(450조원)로 기존 글로벌 자동차 업체 1위였던 토요타(214조원)를 한참 제친 것도 이같은 시장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수록 배터리 업체도 주목 받는다. 전기차 업체 1위 테슬라가 양산 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게 되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국내 배터리 업체에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세계가 주목하는 'K배터리' 동맹…주가도 오른다
주목할 점은 그 동안 중국이나 일본 배터리 업체에 비해 저평가 됐던 국내 기업들이 최근 글로벌 경쟁 업체보다 더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LG화학 주가는 지난 5일 기준 65만9000원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3월 저점 대비 186.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138.5%, SK이노베이션은 146.1% 뛰었다.

중국의 대표 배터리 업체인 CATL과 일본을 대표하는 파나소닉이 같은 기간 각각 94.6%, 27.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성과다.

한국과 중국의 2차전지 밸류에이션(기초체력 대비 주가 수준)도 최근 역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2차전지 업체들의 PER(주가순수익비율)는 20배 수준으로 30~40배를 오갔던 중국 업체들에 못미쳤다. 지난 7월부터 추세는 바뀌었다. 현재 한국 업체들의 평균 PER는 약 70배로 중국 업체들(약 60배)을 웃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 받으면서 밸류에이션도 재평가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CATL이 고평가된 주요 원인은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 덕분이다. 중국 정부의 과감한 전기차 보조금 혜택과 친환경 정책 등으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급성장했다. 중국 내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CATL이 주목 받는게 당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 전반이 침체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역시 마찬가지지만 유럽에서는 오히려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며 중국 외 시장을 중심으로 배터리를 공급했던 국내 업체들에 기회가 왔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9만2000대로 전년 동월대비 134% 급증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요 판매처다. 지난해 기준으로 유럽 판매 비중은 LG화학이 약 70%, 삼성SDI가 80%에 달한다.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수록 국내 업체 수혜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 대비 시장에서 저평가 됐는데 지난 5월부터 그 차이가 없어졌다"며 "압도적인 유럽 전기차 판매 성장세와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이 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손 잡고 'K배터리 동맹' 구축을 시도하는 것도 기대 요소로 꼽힌다. CATL과 파나소닉이 각각 자국 자동차 업체들을 등에 업고 성장한 것처럼 국내 업체들도 전기차 밸류체인을 형성함으로써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가 2025년 전기차 1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는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현대·기아차 역시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업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후발주자에서 선두주자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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