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에 수십만원? 오마카세 읽어주는 여자[머투맨]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지성 기자, 김소영 기자, 조동휘 기자 2020.10.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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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터뷰│초밥 오마카세 전문 리뷰 채널, 마리아주 '스시 Lover'

편집자주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1인분에 수십만원? 오마카세 읽어주는 여자[머투맨]


"비싼 곳을 갈 금액으로 주변에 저렴한 초밥집부터…."

언제부턴가 1인분에 10만원을 훌쩍 넘는 초밥 '오마카세'가 인기다. 서울 강남의 청담동 도산공원 일대는 일본 도쿄의 긴자거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초밥집이 즐비하다. 일본어로 '맡긴다'(おまかせ)는 뜻의 오마카세는 셰프가 만들어주는 대로 먹는 방식이다.



오마카세의 가격이 만만찮다 보니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도 종종 나온다. 아무리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 메뉴라지만 본전 생각이 나는 경우다. 유튜브에서 오마카세 전문 리뷰 채널 '마리아주'를 운영하는 정주영 푸드바코드 대표는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정 대표는 초심자들이 '가성비'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소한 맛일수록 경험의 폭을 넓혀야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분한 설명을 곁들인 친절한 리뷰는 11만7000명의 구독자들을 오마카세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유튜브가이드' 머투맨은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연구가인 정 대표를 만나 유튜브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8월 13일 청담동 정 대표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자극적 먹방 가득하던 시기…오마카세 리뷰로 유튜브 도전장
/사진=유튜브 '마리아주' 채널 캡처/사진=유튜브 '마리아주' 채널 캡처
-오마카세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유튜브를 2018년 12월에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오마카세 리뷰 전문 채널이 없었다. 음식을 자극적으로 많이, 맵게 먹는 콘텐츠만 있더라. 이런 것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새로운 콘텐츠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평소에 초밥을 좋아하고 음식을 먹으러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새로운 문화를 소개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다.

-단순히 초밥을 좋아한다는 수준으로는 리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 배경이 있나.

▶직업이 레스토랑 컨설팅이다. 일식 쪽으로 많은 일을 하다 보니까 일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음식을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말로 표현하는 것도 좋아해서 접목하게 됐다. 처음에 기획을 혼자만 한 것은 아니라, 회사의 마케팅팀이랑 의견을 조율했다. 지금도 편집과 음식점을 찾는 것 등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리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원래는 급한 성격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일 자체가 음식을 다루다 보니까 급하게 움직이면 안 되는 일이다. 계속 스스로 자제하고 다운시키려고 하는 것이 많다. 이게 평생을 하다 보니까 몸에 배었다. 목소리가 특이한 줄은 몰랐는데 주변에서 많이 얘기해준다. 성우나 승무원 등을 굳이 흉내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한 리뷰에 개선점 더 해…"비싼 곳보다 저렴하게 여러 곳" 추천
/사진=유튜브 '마리아주' 채널 캡처/사진=유튜브 '마리아주' 채널 캡처
-리뷰가 솔직해서 업장 입장에서는 반기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을 것 같다.

▶솔직하다고 표현했지만,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제 입맛이 딱 정답이 아니라고 항상 이야기한다. 아닌 부분을 너무 부각하기보다는 개선점을 같이 이야기해 주니까, 업장에서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싫어하는 업장도 있다. 리뷰할 때도 휴대폰으로 주변 손님들 피해 안 가게 찍고 조심하려고 한다.

-많은 초밥집을 다녔을 텐데, 어떤 업장이 가장 기억에 남나.

▶너무 많다. 기억에 남는 사장님이 계신다. 여의도 초밥집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가격이 너무 좋다. 점심 오마카세가 2만5000원, 저녁 3만5000원 이랬다. 2~3번씩 소개한 집이다. 그러다 가게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에 올라간 적이 있었나보다. 원래 인기가 없는 곳이 아니었는데 2~3번 소개를 했더니 너무 인기가 많아졌다. 사실 음식점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사람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그 사장님은 지금까지도 고맙다고 연락해줘서 기억에 남는다.

-오마카세라는 분야가 가격이 비싸다. 초심자들이 좋은 오마카세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조건 가격이라고 말하고 싶다. 초밥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 모든 것에서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교를 하게 되고 차이를 느끼게 된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비싼 곳을 갈 금액으로 주변에 저렴한 초밥집부터 많이 경험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 번 갈 것이 두 번 가고, 경험이 쌓이면 그때부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보이게 된다.

직접 구독자 초청해 보답하기도, 영상에 달린 댓글에 울고 웃어
/사진=김소영 기자/사진=김소영 기자
-직접 오마카세에 초대하는 구독자 이벤트를 진행했다. 어떤 의도였나?
▶비용은 따로 받지 않고 제가 자리를 마련했다. 유튜브를 하면 구독자도 어느 정도 늘고, 조회 수에 맞춰서 수익이 발생한다. 받은 거니까 당연히 보답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인연이 됐으면 좋겠다 싶어서 같이 모셔서 식사하게 됐다. 처음에는 제가 주도해야 해서 어색했는데 다들 엄청 친해지셨다. 나이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굉장히 다양했다. 구독자 5만과 10만에 했는데 또 할 생각이다.

-유튜브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거나 후회하는 순간이 있었나.
▶모든 유튜버가 마찬가지겠지만, 댓글에 상처를 받는다.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댓글이다. '오늘 온종일 알바하고 왔는데 마리아주님 영상 보는 짧은 순간이 힐링이다' 이런 댓글을 보는 순간이 저에게는 힐링이다. 사실 내레이션 10분 정도로 짧은데 그걸 4~5시간을 쓴다. 어떻게 하면 나만 아는 말이 아니라 많은 분이 쉽게 알아들을까 고민한다. 거기에 대한 보상을 댓글에서 감동으로 받는 거 같다.

-오마카세라는 한정된 주제만 다루다 보니 확장성에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초밥이나 회 같은 날 것을 못 드시는 분들이 있다. 댓글에도 회도 초밥도 안 좋아하는 데 '이걸 왜 보고있나?'라고 자문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다양한 음식점을 소개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얼마 전에는 짧은 쿡방(요리)도 찍은 적이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경력을 살려서 집에서 예쁘게 만들 수 있는 쿡방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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