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피격 공무원 월북 결론에…"3억 빚 있다고 월북? 논점 흐린다"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20.09.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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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게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47)의 시신을 수색하던 중 발견된 플라스틱 부유물. 사진은 해경이 28일 소청도 동방 23해리 해상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부유물인 오탁방지막. (해양경찰청 제공) /사진=뉴스1북한군에게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47)의 시신을 수색하던 중 발견된 플라스틱 부유물. 사진은 해경이 28일 소청도 동방 23해리 해상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부유물인 오탁방지막. (해양경찰청 제공) /사진=뉴스1


해양경찰청이 북한 해역에서 사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자진 월북'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해경은 A씨의 도박 빚이 2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북 해역으로 가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빚 때문에 월북을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여전히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이들은 A씨의 월북 정황을 밝혀내는 것보다 '민간인 사살'이라는 사건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경 "北피격 공무원 도박 빚만 2억6800만원…월북 결론"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연평도 실종공무원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연평도 실종공무원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해경은 29일 인천 송도동 해경청에서 열린 연평도 실종 공무원 수사 등 중간발표 브리핑에서 "해양경찰은 실종 경위를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단순 실족사고, 극단적 선택 기도, 월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지난 28일 국방부를 방문한 결과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단순 실족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제할만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일반적인 표류경로와 동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점, 도박 등으로 거액의 빚을 진 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나간 점 등을 자진월북의 근거로 들었다.

먼저 해경은 "(단순) 표류 예측결과와 실종자가 실제 발견된 위치와는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었다"며 "따라서 인위적인 노력 없이 실제 발견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금융계좌 조회 등을 수사한 결과 A씨의 채무는 3억3000만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중 도박 빚이 2억6800만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빚 있다고 월북?…논점 흐리지 마라"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47)의 형 이래진씨(55)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서울에 주재하는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47)의 형 이래진씨(55)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서울에 주재하는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해경이 자진 월북의 근거로 A씨의 채무 상황을 공개했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의심 섞인 반응이 나온다.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가장이 3억원대의 빚 때문에 월북을 하는 게 상식적이냐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4억이 빚인데 월북이나 할까", "빚이 있으면 파산 신청을 하지 월북을 간다고?", "대한민국에 빚 없는 사람이 몇이나 있나"며 자진 월북 정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사망자의 개인 정보를 과도하게 공개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도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빚 많은 사람은 총 맞아 죽어도 되나, 사망한 사람의 사생활을 함부로 해체하지 말자"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A씨의 월북 정황을 밝혀내는 것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며 "논점을 흐리지 마라"는 의견도 거셌다. 한 누리꾼은 "도박빚이 있냐 없냐 자살이냐 월북이냐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대한민국 국민을 사살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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