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호텔처럼 시그니처향?" 고객 아이디어 보니…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0.10.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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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소재 NH농협은행 본점 / 사진제공=NH농협은행서울 중구 소재 NH농협은행 본점 / 사진제공=NH농협은행


"호텔, 서점처럼 은행도 브랜드 이미지에 어울리는 시그니처향을 개발하면 어떨까요. 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의 기억에 향을 남기는 거죠."
"랜선 마라톤을 해보면 어때요. 혼자 달리되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나 함께 달리는 거예요. 목표 거리를 채운 고객에겐 금리를 더 얹어주고요."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NH농협은행 고객 패널의 아이디어는 빛났다. 농협은행은 2013년부터 고객 패널 'NH 패널단'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고객의 아이디어를 실제 업무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채택된 아이디어의 90%를 업무에 적용했다. 올해는 코로나19(COVID-19)로 활동에 제약이 있지만 온택트(온라인 대면)로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한 고객은 '향기 마케팅'을 제안했다. 특급호텔이나 교보문고처럼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일엔 시그니처향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농협은행만의 독자적인 향을 개발하거나 시즌별, 지역 영업점별로 특유의 향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향을 향수나 디퓨저로 담아 은행 사은품으로 활용하자고도 했다.

또 다른 고객은 '랜선 마라톤' 아이디어를 냈다.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두루 고려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발맞춰 각자의 지역에서 달리고 앱에 공유하자고 했다. 미션을 달성하면 포인트를 주거나 금리를 우대하면서 금융상품과 연관시키는 방법도 제안했다.



어떤 고객은 시니어 고객이 많은 농협은행의 특성을 감안했다. 이들이 언택트 시대에 금융소외계층이 되지 않도록 아이디어를 짜냈다. 시니어 고객이 모바일뱅킹으로 거래를 할 경우 횟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식이다. 또 시니어 고객이 언택트 상품에 쉽게 접근하도록 '동영상 설명서'를 제작하자는 의견을 냈다.

농협은행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모두 모아 업무에 반영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즉각적으로 반영된 의견도 있다. 비대면 채널에서 펀드 상품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와 이달 화면을 개편했다. 개월을 뜻하는 'M'만 표기돼 헷갈린다는 지적이 있어 쉽게 '개월'로 바꿨다. 또 금융상품 비교가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돼 '금융상품몰' 페이지를 메인 화면으로 옮겼다.

코로나19 탓에 농협은행 담당자들과 고객 패널은 보통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채널로 만난다. 조만간 화상회의에 주로 쓰이는 '팀즈'를 활용해 토론회, 발표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업무 담당자가 놓친 사소한 것이 고객 입장에선 중요할 수 있어 고객의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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