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왕국' 사우디, 왜 일본에 '암모니아'를 보냈나?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20.09.2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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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라아비아의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가 '블루 암모니아' 선적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암모니아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에너지원 '수소'와 관련이 있다. 이번 발표는 탈석유 시대 준비를 해온 사우디와 아람코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아람코가 '친환경' 이미지를 위해 만든 홍보용 영상 /사진=아람코 트위터아람코가 '친환경' 이미지를 위해 만든 홍보용 영상 /사진=아람코 트위터


27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아람코를 인용해 업체의 블루 암모니아 40톤이 일본을 향해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루'가 붙은 것은 암모니아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 배출하지 않고 회수했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이라는 말이다.

암모니아는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와 관련이 있다. 석유의 주성분인 탄화수소에서는 수소를 뽑을 수가 있는데, 기체 상태인 수소는 부피가 커서 운송비가 많이 든다. 부피를 크게 줄이려면 액체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화학식으로 수소원자 3개와 질소 1개가 든 암모니아(NH3) 형태는 그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암모니아에서 순도 높은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과제로 남아 있다.



앞서 아람코는 자국 화학업체 '사빅'(이산화탄소 회수 역할), 일본 미쓰비시그룹 등과 함께 블루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이번 암모니아 공급은 그 실증 실험이다.

/사진=AFP/사진=AFP
프로젝트에 참여한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IEEJ)에 따르면 블루 암모니아는 일본의 발전소에서 연료로 활용될 계획이다. 일본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 수준에서 26% 줄이기로 했다.

아람코의 이번 발표는, 국가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다음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과 친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기업의 변화 몸짓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우디와 아람코는 전세계 석유 수요가 머지 않아 줄어든다는 점을 이미 계산하고 있고, 지난해 아람코의 상장 역시 여기서 들어온 돈으로 차세대 사업을 발전시키겠다는 큰그림 아래 진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아람코의 최고기술책임자 아흐마드 알 코와이터는 이번 블루 암모니아 운송에 대해 "신뢰성과 경제성이 높은 친환경 암모니아의 원료로서 탄화수소의 가능성을 보여줄 기회"라고 말했다.

검은 황금 원유로 대표되는 사우디가 블루 암모니아 같은 청정 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데는 한국기업의 역할도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건설업과 석유화학 사업의 강자인 대림산업은 지난 2016년 사우디 마덴 암모니아 생산 공장을 성공적으로 준공한 바 있고 2018년 총 사업비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추가 공장을 수주해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전기차를 만드는 등 수소에너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도 사우디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는 아람코와도 지난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지에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27일 '넥쏘'(2대)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2대)가 사우디를 향해 출발했다. 지난달에는 호주 연구기관·기업과 액화 암모니아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MOU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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