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106조 불어난 나랏빚…'유연한 재정준칙' 도입될까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0.09.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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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측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2.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측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2. [email protected]


정부가 코로나19(COVID-19)에 대응하느라 급속도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한다. 법을 통해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건전성 주요 지표의 ‘한도’를 정해 이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코로나와 같은 ‘돌발상황’시 한도를 완화·면제할 수 있는 탄력적 재정준칙을 검토 중이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고무줄 재정준칙’을 강력 비판하고 있는데, 반대로 여당 일각에선 재정운용 경직성이 커진다며 도입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1년만에 국가채무 106조 급증...다음주 ‘재정준칙’ 발표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석 282인, 찬성 272인, 반대 1인, 기권 9인으로 통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2.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석 282인, 찬성 272인, 반대 1인, 기권 9인으로 통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2. [email protected]
2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재정준칙을 발표할 계획으로, 추석 연휴 이전인 28~29일 공개가 유력하다.



재정준칙은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법제화를 통해 국가채무, 재정수지 등 지표를 일정 한도에서 통제하는 기준이다. 이른바 ‘나랏빚’이 급속도로 불어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한다.

재정준칙은 세계적으로 92개 국가가, 특히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한국, 터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도입했을 정도로 보편화 됐다. 한국도 2016년 정부 입법으로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했지만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당시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하로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제출했다.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재정건전성이 지속 악화하던 상황에서 올해 코로나 사태로 상황이 훨씬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1~4차 추가경정예산(총 66조8000억원)을 편성하면서 총 45조원을 적자국채로 충당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지난해(740조8000억원)보다 106조원 넘게 불어난 846조9000억원이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40%를 진작에 넘어 43.9%까지 높아지게 됐다.


홍남기 “탄력적 재정준칙”...국회 진통 불가피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2020.09.2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2020.09.21.
기재부는 유연한 재정준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수차례 이런 방침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2021년 예산안’ 브리핑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재정준칙을 검토하고 있다”며 “코로나 위기처럼 극단적 위기가 와서 재정이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할 때는 예외를 인정하는 등 여러 유연성을 보강해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경직적 준칙은 재정의 역할에 제약이 되기 때문에 긴급 재난이나 위기 시엔 탄력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 발언대로 기재부는 유사시 재정준칙에 제시된 주요 지표의 한도를 완화·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구체적인 한도 수치를 법안이 아닌 시행령에 담아, 필요 시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직접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재부는 “아직 규율 형태, 방식 등 구체 내용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유연한 재정준칙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재정건전성의 일시적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예산을 추가 투입해야 할 경우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진다고 공격받는 것이 두려워 재정을 통상적 역할에 그치도록 하는 것은 바른 선택이 아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정부가 내놓는 재정준칙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당 일각에서는 재정준칙 도입을 아예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에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 방향이 필요하다”며 “이 시점에 재정준칙을 만들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야당은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며, ‘유연한 규정’은 실효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는데, 이는 20대 국회 때 정부가 발의한 법안과 동일한 ‘국가채무비율 45% 이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하’ 유지를 골자로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OECD 36개국 중 한국과 터키만 외면하고 있는 재정준칙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며 “5년 단임 정부가 장기 국가재정을 위태롭게 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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