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르는 지적장애인 속여 로또 1등 당첨금 가로챈 노부부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0.09.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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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 1/사진 = 뉴스 1


10년 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을 속여 로또 1등 당첨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노부부가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지인은 글을 모르는 지적 장애인이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65) 부부에게 무죄 판결된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 3년,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부부는 2016년쯤 10여 년 동안 알고 지내던 지적장애인 B씨가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 줄 테니, 함께 살자"며 8억 8000만 원을 송금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부부는 B씨로부터 받은 돈 중 1억 원 가량을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등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돈으로는 땅과 건물을 산 뒤 A씨 명의로 등기했으며,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글을 알지 못하는데다 지적 장애를 가져 13세 수준의 사회적 능력을 갖춘 B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A씨 부부를 고소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A씨 부부를 재판에 넘겼다.

원심 재판부는 "B씨가 상황을 판단할 지적 능력이 있고, A씨 부부와 서로 협의한 내용으로 보인다"며 A씨 부부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정신 감정 등을 토대로 범죄 행위가 뚜렷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숫자를 읽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어 예금 인출 때에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을 정도"라며 "일상에서 음식을 사 먹는 등 소소한 행위와 거액을 들여 부동산을 장만하는 행위는 전혀 다른 판단력을 요구하는 경제 활동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유와 등기의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B씨를 상대로 재산상 이익을 줄 것처럼 속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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