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대만인 120명, '이 시국에' 제주에서 치맥 먹고 간 사연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조동휘 기자 2020.09.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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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여행객 120명 한국관광공사 이색체험여행 상품 참가해 제주 둘러보고 돌아가

지난 19일 오후 2시10분(한국시간) 제주도 상공에 동중국해를 건너 온 비행기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만에서 출발한 타이거에어의 여객기였다. 코로나19(COVID-19)에 따라 국제선 여객이 인천공항으로 일원화된 이후 해외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제주 하늘에 닿은 것은 수 개월 만이었다.









20분 간 제주 상공을 선회한 비행기는 이내 기수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제주공항에 내릴 필요가 없는 이른바 '유람비행'이다. 120명의 대만인 여행객은 한라산 전경을 눈에 담고 치맥을 즐기며 코로나 종식 후 한국여행을 기약했다. 리우춘훼이씨(劉純惠·35)는 "코로나 이후 가장 여행하고 싶은 나라는 한국"이라며 "다시 한국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영상:[현장+]목적지에서 안 내리는 이색 여행 상품이 있다고!?)



제주에 나타난 비행기 "혼저옵서예~"
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들의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들의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여행이 일상에서 멀어진 가운데 입버릇처럼 '비행기 타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해외여행의 꽃인 비행기를 타고 이륙해 하늘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유람여행' 상품이 급부상하고 있다.

2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공사 대만 타이베이지사와 항공사 타이거에어 등이 진행한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상품'에 참가한 120명의 대만인이 하늘에서 제주 곳곳을 둘러보고 돌아갔다.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않은 채 상공만 선회한 뒤 회항하는 '대체여행' 상품이다.

여행객들은 이날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탑승하기 전 한복입고 사진찍기부터 한국놀이체험과 출항선포식을 진행하며 해외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기분을 만끽했다. 이날 여행에 참가한 차이위핑씨(蔡玉萍·46)는 "한복도 입고 민속놀이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 재미있었다"며 "오랫동안 답답했는데 (이번 여행이) 기대되고 흥분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들이 기내식으로 치맥을 먹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들이 기내식으로 치맥을 먹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출발 행사와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해 이륙한 여행객들은 글로벌 K푸드로 거듭난 치맥(치킨·맥주)를 즐겼다. 비행 중에는 제주 사투리를 배워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들은 "안녕허우까(안녕하세요)"와 "혼저옵서예(어서오세요)" 등을 차례대로 배우고, 나눠받은 엽서로 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륙한 지 100여분 후 제주 상공에 도착했다는 사회자의 알림이 흘러나왔다. 비행기가 착륙 대신 고도를 낮춰 섬 주변을 선회하자 탑승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꺼내 하늘에서 바라 본 제주 풍광을 담기 시작했다. 반 년 넘게 쌓여온 여행에 대한 갈망을 푸는 모습이었다. 약 20분간 제주도 구경을 마친 비행기는 타이완으로 돌아가 4시간의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코로나 뉴노멀에 '유람여행' 대세로
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 부부가 이륙 전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 부부가 이륙 전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번 체험여행은 관광공사가 '출국'이나 '기내 체험' 등의 신여행 트렌드가 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착안해 기획된 상품이다. 방한 체험여행 상품을 통해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면서 방한여행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기존의 여행교류 흐름이 리셋(초기화)되면서 코로나 종식을 대비한 잠재 여행수요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공사는 랜선 온택트(Ontact·온라인 대면)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직접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체험여행 상품의 효용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이번 상품을 진행했다. 실제 최근 일본 전일본공수(ANA)가 90분간 비행한 뒤 제자리 착륙하는 상품을 판매했는데 전체 정원의 150배가 넘는 사람이 신청했고, 대만 스타럭스 항공도 대만 근교를 저공비행하고 돌아오는 상품을 내놨는데 30초 만에 매진되는 등 관련 상품이 전부 매진행렬이다.
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들이 비행 중 기내에서 제주도 사투리를 배우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들이 비행 중 기내에서 제주도 사투리를 배우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특히 이번 공사의 상품은 제자리 비행이 아닌 실제 여행처럼 영공을 넘나들며 비행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근거리 항로를 운항할 경우 기내 면세품 구매도 가능해져 별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침체에 빠진 항공업계에서 체험여행이 활로로 떠오르는 이유다. 이에 국내에선 에어부산이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는 시기에 맞춰 일반인 대상 관광비행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이번 공사의 상품도 판매 시작한 지 4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는 성과를 냈다. 강성재 공사 타이베이지사장 직무대리는 "전체 방한시장에서 3번째로 큰 대만 관광객이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 목적지로 한국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 상품을 기획했다"며 "이번 이벤트로 대만인들의 방한관광 열기가 식지 않았다는 것을 재확인해 향후 관광교류가 재개되면 빠른 속도로 방한관광시장이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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