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간 제주 상공을 선회한 비행기는 이내 기수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제주공항에 내릴 필요가 없는 이른바 '유람비행'이다. 120명의 대만인 여행객은 한라산 전경을 눈에 담고 치맥을 즐기며 코로나 종식 후 한국여행을 기약했다. 리우춘훼이씨(劉純惠·35)는 "코로나 이후 가장 여행하고 싶은 나라는 한국"이라며 "다시 한국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영상:[현장+]목적지에서 안 내리는 이색 여행 상품이 있다고!?)
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들의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2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공사 대만 타이베이지사와 항공사 타이거에어 등이 진행한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상품'에 참가한 120명의 대만인이 하늘에서 제주 곳곳을 둘러보고 돌아갔다.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않은 채 상공만 선회한 뒤 회항하는 '대체여행' 상품이다.
여행객들은 이날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탑승하기 전 한복입고 사진찍기부터 한국놀이체험과 출항선포식을 진행하며 해외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기분을 만끽했다. 이날 여행에 참가한 차이위핑씨(蔡玉萍·46)는 "한복도 입고 민속놀이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 재미있었다"며 "오랫동안 답답했는데 (이번 여행이) 기대되고 흥분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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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들이 기내식으로 치맥을 먹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륙한 지 100여분 후 제주 상공에 도착했다는 사회자의 알림이 흘러나왔다. 비행기가 착륙 대신 고도를 낮춰 섬 주변을 선회하자 탑승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꺼내 하늘에서 바라 본 제주 풍광을 담기 시작했다. 반 년 넘게 쌓여온 여행에 대한 갈망을 푸는 모습이었다. 약 20분간 제주도 구경을 마친 비행기는 타이완으로 돌아가 4시간의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코로나 뉴노멀에 '유람여행' 대세로
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 부부가 이륙 전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공사는 랜선 온택트(Ontact·온라인 대면)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직접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체험여행 상품의 효용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이번 상품을 진행했다. 실제 최근 일본 전일본공수(ANA)가 90분간 비행한 뒤 제자리 착륙하는 상품을 판매했는데 전체 정원의 150배가 넘는 사람이 신청했고, 대만 스타럭스 항공도 대만 근교를 저공비행하고 돌아오는 상품을 내놨는데 30초 만에 매진되는 등 관련 상품이 전부 매진행렬이다.
지난 19일 한국관광공사의 '제주 가상출국여행' 상품에 참가한 대만인 여행객들이 비행 중 기내에서 제주도 사투리를 배우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번 공사의 상품도 판매 시작한 지 4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는 성과를 냈다. 강성재 공사 타이베이지사장 직무대리는 "전체 방한시장에서 3번째로 큰 대만 관광객이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 목적지로 한국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 상품을 기획했다"며 "이번 이벤트로 대만인들의 방한관광 열기가 식지 않았다는 것을 재확인해 향후 관광교류가 재개되면 빠른 속도로 방한관광시장이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