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제작사도 꿀꺽…신세계, 미디어사업 드라이브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20.09.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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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마인드마크' 설립후 '실크우드'·'스튜디오329' 콘텐츠 제작사 잇단 인수..차후 '범삼성가' CJ와 경쟁 불가피

/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유통 명가 신세계 (173,200원 ▲5,200 +3.10%)가 올 들어 미디어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으며 본격 확장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인기드라마 '인간수업' 제작사인 스튜디오329 등 역량있는 콘텐츠 제작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조용하고,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기존 유통사업과, 라이브 커머스 등 미디어의 융복합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이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최대 미디어그룹이자 같은 '범삼성가'인 CJ와의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4월 260억원을 출자해 100% 미디어 계열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한 뒤 콘텐츠제작사인 '실크우드'(6월)와 '스튜디오329'(9월) 등을 속도감있게 인수했다. 아직 신생이지만, 신세계그룹의 자회사다보니 시장의 잠재적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인드마크는 당초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뉴미디어사업 △인터넷 콘텐츠 사업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사업 △영화·음악·방송프로그램의 제작 △광고업 △엔터테인먼트 △공연장·영화관 운영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내세웠다. CJ ENM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 구조인 셈이다.
신세계 마인드마크는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329 지분 55.13%를 45억2000만원에 사들였다./사진제공=스튜디오 329 홈페이지신세계 마인드마크는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329 지분 55.13%를 45억2000만원에 사들였다./사진제공=스튜디오 329 홈페이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그룹 내 미디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신세계 내 브랜드 전략 전문가로 알려진 김은 상무가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다.



신세계 측은 뉴미디어 사업에 대한 '큰 밑그림'만 그려졌을 뿐, 아직 구체화 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마인드마크 법인을 통해 고객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라며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로, 신세계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의 기반이 유통 사업인 만큼 미디어 커머스와 관련한 사업들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e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쓱닷컴)'이나 티커머스 채널 '신세계쇼핑TV'와의 융복합 라이브 쇼핑 서비스와 협업할 가능성이 있다.


경쟁사 롯데의 경우에도 온라인쇼핑몰 '롯데온(롯데ON)'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를 특화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위축되긴 했지만, 백화점·면세점 주요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K-엔터' 콘텐츠를 제공하며, 신세계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언택트 트렌드가 장기화할 경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에 유료 콘텐츠 제공 사업을 키우는 쪽으로 집중할 수도 있다. 지난 10일 인수한 스튜디오329는 넷플릭스의 화제작인 '인간수업' 제작사로 유명하다. 실크우드도 광고·예능·드라마 콘텐츠를 두루 제작해왔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미디어 융복합 시대에 비대면 트렌드까지 더해지면서 미디어 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많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마인드마크가 국내 최대 미디어·콘텐츠 사업자 CJ ENM과 맞붙는 상황도 예상한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CJ그룹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의 사촌으로 모두 '범 삼성가'인 점도 관전 포인트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범삼성가 내에서도 그룹별로 고유의 사업 영역이 있다시피 했지만, 최근 3세 시대로 접어들며 희석되는 양상"이라며 "단, 신세계는 유통 기반으로 미디어 사업을 특성화하는 쪽으로 조율될 수 있다"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오른쪽)이 CJ 계열 기획사 문화창고가 주최한 'teamLab: LIFE(팀랩:라이프)'전시회에서 문화창고 대표 소속배우 전지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전시회는 CJ ENM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후원한다./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오른쪽)이 CJ 계열 기획사 문화창고가 주최한 'teamLab: LIFE(팀랩:라이프)'전시회에서 문화창고 대표 소속배우 전지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전시회는 CJ ENM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후원한다./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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