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은퇴 과학기술인 실버타운 사업 지지부진…입주율 16%

머니투데이 대전=류준영 기자 2020.09.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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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빌리지 조감도/공제회사이언스빌리지 조감도/공제회


국내 첫 은퇴 과학기술인을 위한 실버타운으로 조성된 ‘사이언스빌리지’가 예상 밖의 난관에 부딪쳐 입주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예산만 약 460억 원이 들어갔지만, 코로나19(COVID-19)에 직격탄을 맞고, 관리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실제 입주율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다.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공제회)가 세운 애초 계획대로면 올해말까지 40%대 초반 입주율을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17일 기준, 총 240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사이언스빌리지엔 본격적인 입주공고가 나간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간 총 37가구(약 16%)만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사업 첫 해 입주자가 가장 많이 몰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란 설명이다.



사이언스 빌리지는 퇴직 과학기술인의 노후 복지를 위해 건립됐다. 시설 건립은 과학기술인단체총연합회가 담당했고, 현재 시설 운영은 공제회가 맡고 있다. 지난 2016년 예산 460억 원을 들여 지난해 5월 완공했으며, 같은 해 11월부터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규모는 지하 2층, 지상 10층, 연면적 2만7553㎡이다.
사진=류준영 기자사진=류준영 기자
입주율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는 먼저 코로나19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면서 잠재적 구매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올 봄에 시설 견학·체험 프로그램 등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면서 홍보가 계획대로 이뤄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엔 부대시설로 연구실을 겸한 도서관과 세미나실, 건강관리센터, 영화나 바둑, 골프 게임 등이 가능한 문화·여가 및 운동시설 등이 대규모로 갖춰져 있어 이 시설들을 통한 전염병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다 매달 내는 관리비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테면 2인실 19평 기준, 보증금이 약 1억6000만원이라면 매달 납부할 일반관리비·식비(2끼)는 총 217만9000원이다. 보증금에 따라 관리비·식비는 차등 적용되나 200만원 이상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이에 대해 "평수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많았다.



공제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울에 위치한 동급의 실버타운의 보증금은 7억~8억 원 수준인 데다 월 생활비도 300~400만원 정도 된다”며 서울 등 수도권에 위치한 실버타운에 비하면 적정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주를 고려했던 은퇴 연구자들은 매달 200만 원대 목돈이 들어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낸다. 익명을 요구한 시니어급 연구자 A씨는 “고정 수익을 전액 다 실버타운에 붓자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연구자 B씨는 “국가 과학발전에 이바지 한 은퇴 과학자의 생활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한 취지로 지어졌다면 못해도 지역 실버타운보단 가격이 낮거나 다른 지원 혜택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사이언스빌리지는 노년층 부부가 거주하는 특성상 전용면적을 36㎡(11평), 62㎡(19평)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입주자 입장에선 공간이 너무 좁다는 지적이 따른다. 정년퇴임을 앞둔 대덕연구단지의 한 과학자는 “살던 집을 처분하고 들어가기엔 기존 짐을 대부분 처분하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협소해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다”며 “수요자를 고려했다면 기획때부터 보다 넓은 평수도 함께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입주자격이 공제회 회원, 공공·민간 과학자, 대학 이공계 교수, 기업부설연구소 종사자 등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과 직장생활은 대전에서 했지만 실제로 사는 곳은 서울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공제회는 상황이 이렇자 지난 9일 입주율을 높이기 위한 처방으로 입주자격을 과학기술인의 부모와 배우자의 부모까지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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