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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동안 사라진 은행 점포 95곳…행원들은 어디로?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양성희 기자 2020.09.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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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은행점포 폐쇄의 정치학(下)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은행들의 점포폐쇄가 올스톱됐다. 은행은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돈 안 되는 점포를 줄이려고 한다. 반면 정치인들은 지역구 민심을, 노조는 일자리 감소를, 당국은 고령층의 불편을 염두에 두고 이를 막는다. 은행 점포폐쇄가 경제가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 됐다.
6할이 비대면, 적자점포를 어떡하나?
시중은행 영업점시중은행 영업점




은행 고객들은 영업점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찾는 건 오래 된 얘기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비대면(언택트)에 대한 수요는 가속도가 붙었다. 굳이 점포를 운영할 필요가 없어졌다. 임대료에 인건비까지 합치면 적자점포가 늘었다. 은행이 점포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상반기 중 영업점 126곳의 문을 닫았다.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고객들이 찾는 빈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신한·국민·우리은행 월간 내점 고객수는 약 830만명이다. 1년전(약 986만명)보다 약 16% 감소했다.

고객들은 비대면에 익숙해졌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신한 미래설계보고서 2020’에 따르면 30~50대 수도권과 광역시 거주 직장인 중 48%가 예적금 상품에 가입할 때 비대면 방식을 이용한다. 주식·펀드 등 투자상품에 가입할 때도 42.7%가 비대면 방식으로 했다.



가입 후 상품을 관리할 때는 비대면 비율이 더 높아진다. 예적금은 63.3%, 투자상품은 52.3%가 상품을 관리할 때 비대면 방식을 활용한다고 답했다. 비대면 거래방식을 선호하는 응답자들은 ‘업무처리절차 간결·신속(73.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다음 이유는 ‘24시간 365일 업무 가능(61%)’이었다. 은행 영업시간 제한과 영업점에 가야 하는 불편함을 언택트 방식으로 해소하고 있는 셈이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비대면(인터넷뱅킹, ATM, 텔레뱅킹, 스마트뱅킹) 서비스 이용자 고객수와 영업점 이용 고객 수 비율이 4대 1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들도 엇비슷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인구가 늘면서 비대면 서비스 비중이 높아진 지 꽤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객들의 은행 이용방식이 바뀌면서 은행들도 점포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영업점을 유지하는 데 드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고려할 때 적자가 나거나 수익이 미미한 점포가 증가했다. 점포를 폐쇄하는 게 합리적인 상황이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대면 방식이 추세가 되면서 ATM 이용고객이 줄어드니 ATM도 없애는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ATM은 5만5800대로 2013년(7만100대)보다 20% 적었다. 은행들은 점포수를 축소하는 대신 증권,보험 등 계열사간에 점포를 묶는 ‘복합점포’, 전문성을 키운 ‘거점 점포’, 디지털 친화 ‘디지털 점포’ 등을 설치하고 있다.

고객들의 은행 이용행태가 달라진 것 외에도 각 은행별로 점포수를 조절해야 하는 사정도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외환은행과 합병하며 위치가 겹치는 지점들이 많아졌다. 순차적으로 점포 통폐합을 진행해 왔던 까닭이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투자의 전 영업점을 복합점포화해 은행과 증권·보험 등 금융 계열사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우리은행도 다르지 않다. 위치가 인접한 점포를 통합하고 새로운 곳에 새 점포를 내고 있다. 디지털 금융 점포도 확대한다. 디지털 금융 점포는 키오스크에서 예금·외환·전자금융 등 업무를 고객이 스스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하반기부터 ‘종이와 현금 없는 영업점’인 ‘디지로그 브랜치’를 늘려나간다. 영업점에서 대부분 업무를 디지털 기기로 처리할 수 있다. 점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KB국민은행은 복합점포 전략에 주력한다. 은행·증권·프라이빗뱅킹센터·연금센터 등이 결합된 지역거점 점포를 구축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화, 언택트화가 대세여서 영업점이 대형화, 효율화되고 있다”며 “결국 숫자가 줄고 오프라인 점포의 역할도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은행 점포 줄이면 '그 많은 은행원은' 다 어디로 갈까
서울 여의도동 KB국민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사진제공=국민은행서울 여의도동 KB국민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사진제공=국민은행


#. 은행원은 정말 없어질 직업일까요? 디지털 교육 때 AI 얘기만 하는데 자괴감 드네요.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 글)

#. 하반기 은행 공채 소식 또 없나요? IT 수시채용만 뜨네요. 비상경 문과 취준생은 웁니다.

(금융권 취업준비 네이버 카페 게시글)


은행이 점포를 줄이면 ‘그 많던 은행원은’ 다 어디로 갈까. 문과생이 열망하는 은행 취업은 어려워지는 걸까. 금융권 노동조합은 인력 구조조정과 신규채용 문제를 이유로 은행 점포 축소 움직임을 우려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한국씨티 등 6개 시중은행 임직원은 2014년 말 7만5281명에서 2018년 말 6만9638명으로 줄었다. 6개 시중은행 점포는 2014년 말 4419개에서 지난해 말 3784개가 됐다.

은행 점포 구조조정이 곧바로 인력 구조조정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노조는 질적 변화와 방향성을 주목한다.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금융경제연구소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2017년 한국씨티은행 사례를 다뤘다. 당시 점포 80% 폐쇄를 결정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핫이슈가 됐다. 연구소는 구조조정은 없었지만 점포에서 일하던 직원이 콜센터 업무를 맡는 등 일의 성격이 달라졌고 신규 채용 문은 확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행원급보다 책임자급 비중이 월등히 높은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만들어졌다고도 했다. 금융경제연구소는 “사람을 내보내지 않지만 뽑지도 않는 구조가 고착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노조는 점포 구조조정의 빠른 속도를 문제 삼는다. 디지털 시대, 더욱이 코로나19(COVID-19)로 앞당겨진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은행 오프라인 점포 축소는 당연한 흐름이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시각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올 상반기 모두 106개 점포를 통폐합했다. 같은 기간 신설된 점포는 11개에 불과하다. 반기에 95곳이 사라진 셈이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이 코로나 시국을 틈타서 점포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에 미칠 영향을 두루 생각해야 한다”며 “금융당국도 속도 조절을 당부하고 나섰는데 좀 더 강한 규제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는 수익성만 강조하고 ‘사람’을 외면하는 은행의 방침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한다. 신규 채용, 고용 유지뿐만 아니라 금융소외계층의 보호 필요성도 강조한다. 젊은 세대는 앱(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금융생활에 익숙하지만 노년층은 오프라인 점포를 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다. 박 위원장은 “은행이 가진 공적인 기능, 역할이 많은데 수익성만 따지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금융노조 관계자는 “최근 흐름만 보더라도 청년 채용이 눈에 띄게 줄었고 금융 약자들의 접근성 또한 급격하게 나빠졌다”며 “은행이 단순히 효율 문제로 점포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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