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 없는 시대 시대 열립니다. 이 기술 하나면..."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09.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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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순형 라온시큐어 대표

이순형 라온시큐어 대표 /사진제공=라온시큐어이순형 라온시큐어 대표 /사진제공=라온시큐어




“얼마 전까지 유럽 여행지를 돌다 보면 소매치기가 많았잖아요. 한국에는 왜 없을까요?”

이순형 라온시큐어 대표가 16일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자에게 툭 물었다. 그러더니 스스로 답했다. “우리나라에선 현금을 거의 쓰지 않으니까요. 신분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보안 전문기업 라온시큐어가 요즘 주력하는 사업이 블록체인 기반 DID(분산신원확인)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 신분증을 만드는 핵심기술이다. 신원 확인에 필요한 정보들이 쪼개 따로 분산 저장한 뒤 본인 확인 요청이 들어올 경우 동시 호출되는 원리다. 해킹이나 도용 등 보안사고로부터 안전하다. 플라스틱 신분증을 만들고 갱신하는데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이 기술이 보편화 되면 주민등록증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어지는 시대도 곧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라온시큐어는 지난 7월 LG CNS와의 컨소시엄을 꾸려 행정안전부로부터 DID 활용 모바일 신분증 1단계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모바일 신분증 사업은 정부의 ‘디지털 뉴딜’ 계획 중 핵심 사업 중 하나다. 공무원증으로 출발해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등 전 국민 신원인증체계가 디지털로 전환된다. 단순히 플라스틱 신분증을 모바일로 옮기는 사업으로 보면 오산이다. 국민의 신원정보 DB(데이터베이스)를 보안성 높은 블록체인 체계로 옮겨 암호화해 보관하겠다는 구상이다.



DID 신원인증은 기존 신분증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공인인증서가 해왔던 본인 인증 기능까지 대체할 수 있다. 나아가 의사면허 등 공인인증 전문 자격 인증, 진료기록 증명, 법원 등기 등 공인 문서 인증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배우 박소담)이 위조 졸업증명서에 워터마크를 붙여넣는 장면이 연출됐는데 DID 신원인증 체계에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해다”며 “진단서를 위조해 보험료를 타 내는 보험 사기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DID를 활용한 디지털 문서 인증 시장이 2~3년 이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전자서명법 개정과 데이터법 통과로 DID 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은 마련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DID 인증이 인간뿐 아니라 사물 인증에도 쓰일 수 있다고 했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자율주행차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라온시큐어는 지난 5월 세종시 자율주행차 플랫폼 구축 사업도 수주했다.

이 대표는 DID 인증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하반기부터 차례로 예정된 모바일 신분증 공공 입찰 시장뿐 아니라 아직 국내에 개화하지 않은 DID 자격 인증 시장까지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라온시큐어는 생체인증을 DID와 결합해 보안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높인 신원인증 체계도 개발하고 있다. 생체인증은 지문과 홍채, 정맥 등 생체정보로 본인 인증을 하는 기술이다.


우선적으로 생체인증과 DID를 결합한 그룹웨어를 내달 중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라온시큐어는 이를 구독형 솔루션으로 판매하는 서비스 혁신을 시도했다. 그룹웨어 수요가 높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이미 일본의 3개 정도 기업이 이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라온시큐어는 이를 위해 지난 6월 미국 법인에 약 43억원을 투자했다. 이 대표는 “FIDO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시장을 새로 만들겠다”며 “원천 기술을 가진 솔루션 개발회사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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