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통신비 2만원 대신 무료 와이파이"…업계 "실효성 글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0.09.1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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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통신비 2만원 지원' 논란에 "무료 와이파이 확대"...통신업계 "효과 크지 않아"

서울 시내에 공공 와이파이 중계기가 설치돼 있다. 2020.9.9/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서울 시내에 공공 와이파이 중계기가 설치돼 있다. 2020.9.9/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코로나19 민생 위기 대책인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대책이 실효성 논란이 휘말리면서 여권의 총선 1호 공약이었던'공공 와이파이'가 대안으로 재소환됐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9300억 원의 예산을 효과가 불분명한 통신비 지원에 쓰는 대신 전국에 무료 와이파이를 구축하는 데 사용하자고 제안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때마침 '공공와이파이법' 제정안도 발의했다.



그런데 공공와이파이 확대 방안 역시 통신비 지원처럼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는 "당장은 실행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2차 긴급재난지원이란 정책적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도 "추경 예산 취지에 맞지 않는다", "투자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말이 나온다.

김 지사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무료 와이파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공공 장소에 구축해 일반 국민에 무료로 제공하는 '공공 와이파이'를 말한다. 가정에 설치해서 쓰는 '사설 와이파이'나 통신사가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상용 와이파이', 통신사가 일반에 무료로 제공하는 '개방 와이파이'와 구분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돼 있는 공공 와이파이 AP(무선접속장치)는 6만581개다. 과기정통부 소관이 3만2068개, 지자체 2만1523개, 공공기관 6990개 등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기생충 언급한 김경수 "통신비 2만원 감액 대신 공공 와이파이 확대"
김 지사는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대한) 야당 반대와 비판 여론을 감안해 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검토해 보면 어떨까 싶다"며 "학교 등 공공장소와 대중교통, 경로당 등에 무료 와이파이망을 확대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공공 와이파이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영화 '기생충' 주인공들이 반지하 집에서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하려고 신호를 잡으려 노력하는 장면을 언급하기도 했다. 만 13세 이상 전국민(4640만명)에게 통신비 2만원씩을 지원하는 대신 93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공공 와이파이 인프라 확대에 쓰자는 것이다.

공공와이파이 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이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대 '4·15 총선' 당시 내건 1호 공약이었다. 민주당은 당시 "어디서든 '데빵'(데이터 통신비 빵원)인 전국 무료 와이파이 시대를 열겠다"며 3년간 5800억 원을 들여 연내 1만7000여 개, 2022년까지 5만3000개의 공공 와이파이를 공공시설에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공공와이파이 확대와 예산 확보, 활성화를 위한 근거법인 '공공와이파이법' 제정안을 지난 11일 발의하기도 했다. 김 지사가 맥락과 뜬금이 전혀 없는 공공 와이파이를 들고 나온 건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코로나19 재난지원을 위한 예산을 바로 투입할 만큼의 긴급성과 실효성을 갖고 있느냐다. 당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14일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안 고수 입장을 밝히면서 "무료 와이파이망 확충은 장비가 필요해 당장은 실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통신업계에서도 "공공 와이파이 확대는 여권의 공약과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따라 이미 추진 중인 사안"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무료  와이파이기기가 설치된 부산지역 버스정류장. 부산시는 10일부터 버스정류장에서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시 제공) 2020.8.10 © 뉴스1무료 와이파이기기가 설치된 부산지역 버스정류장. 부산시는 10일부터 버스정류장에서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시 제공) 2020.8.10 © 뉴스1
데이터무제한 이용자 늘고, 와이파이 트래픽 줄어 "실효성 글쎄"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한국판 뉴딜의 핵심 축인 '디지털 뉴딜'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계통신비 경감과 정보 접근성 강화 등을 위해 2022년까지 버스정류장, 공원, 체육시설을 포함한 4만1000개소에 무료 와이파이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통신사가 7대3 비율로 2400억원 남짓(1개소당 약 590만원)을 투자해 연내 1만개, 내년 1만5000개, 내후년 1만6000개를 구축한다. 노후화한 1만8000개소의 공공 와이파이 AP(무선접속장치)도 최신 와이파이6 장비로 연내 교체한다.

추경 예산의 공공 와이파이 사업 전용이 통신비 절감이란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로 굳이 무료 와이파이를 쓰지 않아도 되는 데이터무제한 정액요금제 이용자가 늘고 있고, 와이파이 트래픽이 감소 추세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늘어난 와이파이 트래픽은 대개 가정과 회사 등이고 방문을 꺼리는 공공시설 와이파이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공공 와이파이를 코로나19 지원 대책에 연결짓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국내에선 주로 집이나 카페, 회사 등 고정 공간에서 와이파이를 많이 쓴다"며 "공공 와이파이를 많이 깔아도 수요가 충분할 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문제다. 말 그대로 '어디서나, 누구나' 사용 가능한 전국 공공 와이파이 환경을 구축하고 유지·관리하려면 막대한 투자·관리 비용이 들어간다. 와이파이는 구축(새로 AP를 설치하는 것) 후 유지·보수에도 돈이 많이 든다. 예산이 부족한 정부 대신 지자체나 통신사가 통상 공공 와이파이 운영·유지·보수를 맡는 배경이다. 관리가 잘 안 되면 노후화한 AP 탓에 공공 와이파이 품질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통신업계에선 "전국민이 무료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공공 와이파이 확대 취지엔 공감하지만 구축 후 유지·보수 비용을 떠맡을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경수 "통신비 2만원 대신 무료 와이파이"…업계 "실효성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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