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 창구(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금융위는 지난달 발표한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에서 점포 폐쇄시 외부 전문가를 평가 절차에 참여하도록 제도화 하겠다고 했다. 은행들은 출신을 막론하고 일단 외부인이 개입하는 순간 폐쇄 대상 지역의 영업전략과 행태, 실적, 고객 데이터 등 영업기밀 사항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이런 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는 것도 우려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말 KB국민은행 도봉지점 폐쇄다. 도봉을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KB국민은행이 점포를 문 닫기로 하자 당시 김남일 KB국민은행 부행장을 불러 주민피해 최소화를 주문했다. 은행측은 폐쇄 지점 인근에 현금자동입출금기 등을 구비한 자동화코너를 별도 설치하고 대체부지를 마련해 도봉동 통합지점 개설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할 수 밖에 없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지역에서 벌어지는 점포통폐합 문제는 그 치열함이 상상을 뛰어 넘는다. 농협은행이나 수협은행처럼 농어촌에 기반을 둔 곳들이 그렇다. 시군 금고를 운영하는 점포가 많아 지자체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지역 조합원이 자산인 대의원들도 통폐합을 용납하지 않는다. 익명의 한 은행 관계자는 “서울이면 차라리 폐쇄가 용이한 데 하루하루 손실이 눈에 보이는 지역이라고 해도 손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 통폐합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은 은행 노사, 금융당국, 지역민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유권자의 표를 생명으로 한 정치권까지 얽혀있다. 은행 점포 구조조정이 단순히 경영의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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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지역정치의 범위에 머물지 않는다. 은행점포 폐쇄는 중앙당 차원에서도 개입하는 전국적 사안이다.
2017년 7월 한국씨티은행의 지점 통폐합 사건이 단적인 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때 133개 점포를 32개로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여당이 들고 일어났다. 박용진·이용득 등 당시 민주당 의원 12명이 금융산업노동조합 등과 함께 저지에 나섰다. 씨티은행은 목표를 다 채우지 못하고 43개로 통폐합하는 데 그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