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中제재, 화웨이 다음 타깃 SMIC…"아예 싹을 자른다"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20.09.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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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중국의 반도체 자급화 계획을 아예 고사시키려는 미국의 제재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美의 中제재, 화웨이 다음 타깃 SMIC…"아예 싹을 자른다"


미중간의 기술경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일 미 국방부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오자 중국 파운드리업체인 SMIC는 상하이증시에서 11% 넘게 급락했으며 8일과 9일에도 각각 2.1%, 6% 하락했다. 중국 투자자들도 미국의 제재여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SMIC는 화웨이와 더불어 중국 반도체 자급화 계획에서 양대축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다. SMIC보다 먼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화웨이는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최대 스마트폰업체이면서 중국 최대 팹리스(반도체설계)업체인 하이실리콘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SMIC는 글로벌 5위의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다.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의 TSMC가 하이실리콘이 발주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추가 제재로 더 이상 납품을 할 수 없게 됐다.

만약 SMIC가 하이실리콘의 생산주문을 소화할 수 있다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무력화된다. 그러나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SMIC는 지난 해말에야 겨우 14나노미터(nm) 공정 양산에 진입한 상태다. TSMC는 이미 7나노 제품을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5나노미터 공정 양산에 진입하는 기술 수준으로 한참 앞서 가있다. SMIC와 TSMC간에는 3~5년의 기술격차가 존재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5~10년을 바라보고 SMIC를 키워야 하는데, 미국은 아예 SMIC가 싹도 키우기 전에 고사시키겠다는 심산이다.

SMIC는 올해 중국에서도 뉴스의 초점이 된 기업이다. 홍콩증시에서 거래되던 SMIC는 지난 7월 중국증시의 커촹반(科創板)에 2차 상장했다. 기업공개(IPO) 신청 후 46일만에 초고속으로 기업공개를 완료하는 등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상장하면서 약 532억위안(약 9조원)을 조달했다. 조달금은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등 시설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홍콩증시에 상장된 SMIC 주가는 4배 넘게 상승할 정도로 급등했다. 하지만 상하이증시에 2차 상장한 후부터는 슬금슬금 하락하더니, 미국의 추가 제재가 보도된 지난 7일에는 23% 하락한 상태로 거래를 마쳤다.


화웨이는 비상장 기업이라 당장 국내 투자자가 받는 영향은 없지만, SMIC의 경우는 다르다. 홍콩에 상장된 SMIC 주식은 올해 국내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중화권 종목이다.

당장 SMIC를 해외직구한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도 적지 않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올해 국내 투자자의 SMIC 순매수금액은 2억3053만 달러(약 272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의 매수포지션이 손실을 입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화웨이 제재의 영향권 안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대한 제품 수출 승인을 미국에 신청한 상태다. 미국은 자국 기술을 사용해 제조한 반도체는 미국의 사전승인을 받아야만 화웨이에 납품할 수 있도록 제재를 강화했다.

삼성전자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아주 크진 않지만, SK하이닉스는 화웨이 매출 비중이 약 15%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또한 올해 SK하이닉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지역 매출이 6조5172억원으로 전체 매출(15조8054억원)의 41%에 달할 정도로 중국 비중이 높다. 중국언론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으로부터 11조8500억원에 달하는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업체 제재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우리나라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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