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백팩업체가 효성티앤씨 찾아와 만들어 달라고 한 나일론실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09.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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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백팩업체가 효성티앤씨 찾아와 만들어 달라고 한 나일론실은?


지난해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3대 아웃도어 전시회 'ISPO'(글로벌 스포츠 용품&아웃도어 박람회) 현장. 섬유업체 효성티앤씨 (354,500원 ▲6,500 +1.87%)는 이 전시회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고객을 만났다. 전 세계 아웃도어 백팩 1위 기업인 오스프리 관계자가직접 전시부스로 찾아와 "친환경적이고 강도가 높은 원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

실 형태의 원사을 만드는 기업을 백팩 완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찾아와 주문을 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원사 업체는 주로 원단 제조업체와 거래하기 때문이다.



이날 두 회사의 만남은 무려 1년여의 개발을 거쳐 친환경 나일론 원사인 '마이판 리젠 로빅' 탄생으로 이어졌다. 오스프리는 내년 봄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백팩 라인 '탤런/템페스트 시리즈'를 효성티앤씨의 이 원사를 사용해 만든다.

국내 화학업체들이 친환경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을 필두로 전 세계에서 친환경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그만큼 글로벌 기업들도 유럽을 잡으려면 '친환경'에 매달려야 한다.



효성티앤씨가 개발한 마이판 리젠 로빅도 세계 최초의 친환경 나일론 원사 브랜드다. 섬유 제품을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을 재활용해 원사를 만들기 때문에 나일론의 원재료인 카프로락탐으로 직접 만들 때보다 섬유 1kg당 6kg CO2 상당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효성티엔씨는 2007년 세계 최초로 나일론 재생 섬유를 개발해 국제 재생섬유 인증(GRS)을 획득하는 이후 오랜 시간 친환경 원사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독일 오스프리에는 당초 일반 원사를 공급해왔는데 품질이 워낙 좋다고 인정받아 친환경 나일론 원사도 납품하게 됐다.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 매출은 2017년이후 매년마다 2배 이상 늘고 있다.

최근 롯데케미칼 (100,000원 ▼400 -0.40%)이 개발한 친환경 소재도 고객이 먼저 요청해 만든 친환경 소재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화장품 및 식품 용기에 사용할 수 있는 'PCR-PP'(재생 폴리프로필렌) 소재를 개발했는데 올해 4분기부터 매출을 본격적으로 올릴 예정이다.


이 소재는 소비자가 사용한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재활용 원료를 추출해 만들었다. 롯데케미칼은 고객사 요청으로 플라스틱 재활용 원료를 30~50% 함유한 특수 PCR-PP 소재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까지 받았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마다 2025년까지 화장품 포장재를 최대 100%까지 재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재활용한 원료로 만든 용기 비중도 최대 50%까지 늘리는 정책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포장용기가 전 세계 화장품 업계의 대세가 되는 것이다. 로레알과 아베다, 아모레퍼시픽 같은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런 움직임에 이미 동참했다.

SKC (105,600원 ▼2,800 -2.58%)는 2018년부터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생분해성 PLA'(폴리락틱애시드) 필름을 스타벅스에 납품하고 있다. 2018년 10월 스타벅스 코리아에 바나나로 만든 포장재를 공급한 이래 케이크 보호비닐과 샌드위치 포장재 등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PLA 필름은 SKC가 200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필름으로 매립지 평균 3개월 정도면 완전히 생분해되는 장점이 있다.

SKC 관계자는 "PLA 필름은 유연성과 강도가 뛰어나고 인쇄하기도 좋아 활용 범위가 넓지만 일반 비닐 소재보다 단가가 비싸 수요에 한계가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보니 많은 업체들이 사용을 검토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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