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금리 인하 압박에 머리 숙이는 증권사…"앉아서 돈 버는 거 아니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9.04 16:34
글자크기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8.27/뉴스1(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8.27/뉴스1


금융당국의 신용융자 금리 인하 압박에 증권사들이 고개를 숙인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에도 신용 금리가 너무 높아 개인투자자들에게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은행과 증권사의 차이를 간과한 권고'라는 불만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7,450원 ▼140 -1.84%)는 오는 28일부터 신용거래 및 예탁증권 담보융자 이자율을 9%에서 8.5%로 인하할 예정이다. 케이프투자증권도 지난달 28일부터 30일 미만에 한해 신용융자 이자율을 8.5%에서 6.5%로 낮췄다.

대신증권 (15,490원 ▼100 -0.64%)도 오는 10일부터 다이렉트 계좌 금리를 기존 10.5%에서 8.5%로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외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도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신용공여란 증권사에서 주식 투자자에 제공하는 대출 서비스를 말하는데 이는 예탁증권 담보대출, 신용거래융자, 신용거래 대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와 고객 사이 사전 약정에 의해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행위다.

최근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에 나선 배경으로는 당국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삼성·한국투자·미래에셋대우·대신·키움 등 5개 증권사 대표와 만난 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고 한다"며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증권사 28곳의 1~7일 신용융자 이자율은 평균 5.5%다. 이마저도 신용융자 기간이 3개월 이상 길어지면 8~11%에 이른다. 지난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권의 가계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2.93%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2~3배 이상인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3월 16일 이후 신용공여 이자율을 내린 증권사는 전체 28개사 중 7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자금 조달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은행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고객 예금 등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과는 달리 증권사의 조달 경로는 제한적이다. 자기자본에서 융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국증권금융에서 조달한다.

증권금융은 보통 직전달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에 증권사 신용도에 따라 0.1~0.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인다. 이날 CD금리(91일)가 0.63%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조달금리는 1%대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여기에 가산금리를 붙여 고객에게 신용융자를 제공한다.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에 따르면 증권사는 조달 금리에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등 제반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붙일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의 지적에는 왜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가 높은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며 "은행은 예금을 싸게 수취해서 금리를 주는 데 비해 증권사는 조달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 신용융자 이용 고객은 현실적으로 사용 구간이 초단기(7~14일)인 투자자가 많다"며 "인하를 한다면 단기 구간 금리 인하 여지를 찾아보는 것이 맞지, 전체적으로 왜 은행보다 높냐고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종목별로 위험도가 다르고, 변동성이 큰 종목도 많다 보니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증권사가 '앉아서 돈 번다'라는 인식은 위험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용공여로 증권사의 자산이 늘어난 점은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증권회사 56곳의 자산 가운데 신용공여는 30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무려 7조9000억원(35.7%) 늘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