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카카오로 주가 '대박'…넷마블, 게임업계 대장주 될까?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0.09.0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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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 넷마블

BTS·카카오로 주가 '대박'…넷마블, 게임업계 대장주 될까?


넷마블 (58,000원 ▲1,400 +2.47%)의 상승세가 뜨겁다. 7월 이후 주가 상승률이 96.5%에 이른다. 코스피 시가총액 30위(우선주 제외)에서 단숨에 16위로 점프했다.

본업은 게임이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린다. 올해 하반기 최대 IPO(기업공개) 최대어인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이다. 상장 이후 투자가치가 더 빛을 발한다는 장밋빛 기대가 쏟아진다. 지난 주 개인 투자자들은 넷마블을 9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하지만 증권사에서는 연일 'STOP' 신호를 보낸다.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 상승 폭이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과연 넷마블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게임 아닌 투자로 터졌다
BTS·카카오로 주가 '대박'…넷마블, 게임업계 대장주 될까?


최근 넷마블의 주가 상승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본업이 아닌 투자가치가 동력이다. 넷마블은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각각 5.63%, 24.87% 들고 있다.

최초에 최초가 더해졌다. 지난주 카카오게임즈 일반 공모청약에는 58조원이 밀려들었다. 성장 기대감에 '카카오 프리미엄'까지 붙어 이전 기록인 SK바이오팜(30조9889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당연히 최초 기록이다. 청약으로 충분히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의 발길이 넷마블로 향했다.

또 하나의 동력은 BTS(방탄소년단)다. 넷마블은 다음 달 코스피 상장을 앞둔 빅히트의 2대 주주다. 마침 BTS가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위를 달성했다. 이 또한 한국 가수 중 최초다.


현재 빅히트의 기업 가치는 약 4조~5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넷마블은 상장 이후 보유하게 될 약 20%의 지분 가치만 1조원에 달한다. 2018년 4월 약 2000억원을 투자한 이후 2년 반 만에 4배에 가까운 차익을 얻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넷마블은 올해 초 인수한 코웨이(25.14%)와 게임업계 대장주 엔씨소프트(8.88%), 하반기 IPO에 나서는 카카오뱅크(3.94%) 지분도 들고 있다. 손대는 종목마다 연일 대박 행진이다.

넷마블이 보유한 모든 투자자산 가치만 해도 4조4840억원(키움증권 추산)이다. 사업가치(11조5310억원)의 40% 수준이다. 넷마블의 기업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몰리는 이유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IPO가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투자자산의 가치 상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 실적도 잘 나왔다
넷마블 신사옥 지스퀘어 / 사진제공=뉴스1넷마블 신사옥 지스퀘어 / 사진제공=뉴스1
물론 좋은 실적 없이는 상승세도 불가능했다. 넷마블은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수혜를 입었다. 2분기 실적(연결기준)은 매출액 6857억원, 영업이익 81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30.3%, 146.1% 올랐다.

특히 1분기 출시한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크로스'가 미국과 유럽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2분기 하루 평균 매출 16억원을 기록하며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원래 이 지역에서 별로 선호하지 않는 RPG (역할수행게임)라는 점에서 더욱 이례적이다.

김학준 연구원은 "그동안 북미와 유럽에서는 긴 시간 이용하는 RPG보다는 간단한 퍼즐, 전략 게임이 상위권을 유지했다"며 "하지만 작년부터 배틀로얄 장르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주류 게임인 RPG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진입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마블 IP 기반의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 모바일MMO RPG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도 전 분기보다 10% 이상 성장했다. 매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KB증권은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5.8% 높였다.

하반기 실적도 기대감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예상 실적(연결 기준)은 매출액 7206억원, 영업이익 926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8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사전등록을 시작한 샌드박스형 스토리게임 'BTS 유니버스 스토리'도 출격 준비를 마쳤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BTS 팬덤의 파급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BTS 팬층이 쉽고 재미있게 즐기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외 진출도 긍정적…자체 IP개발은 숙제
1월 22일 오전 서울 요안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넷마블 'A3: 스틸얼라이브'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권영식 넷마블 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1월 22일 오전 서울 요안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넷마블 'A3: 스틸얼라이브'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권영식 넷마블 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해외 전망도 긍정적이다. 넷마블의 해외 매출 비중은 75%(1분기 기준)로 2018년 말(60%)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매출 규모가 큰 북미와 유럽이 40% 이상을 차지한다.

글로벌 시장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의 땅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는 2018년 1390억달러에서 2023년 2010억달러(추정)로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게임 이용시간도 크게 늘었다. 신규 유저가 유입되고 게임 이용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은 넷마블의 해외 성과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김학준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게임 이용시간이 단기간에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 매출 비중은 작지만 인구가 많은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의 게임 인구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장기 성장동력도 확보됐다"고 밝혔다.

넷마블 자체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넷마블은 엔씨소프트, 마블 등 외부 IP를 통해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은 흥행 확률을 높이지만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떨어진다는 아쉬움도 낳았다.

실제로 넷마블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11.9%로 넥슨(41%), 엔씨소프트(39%), 펄어비스(38%), 컴투스(25.8%) 등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넷마블 측이 "올해는 자체 IP를 중심으로 한 게임이 라인업에 대거 포진해 있다"고 강조한 이유다.

하반기에는 넷마블 대표 IP인 '세븐나이츠'의 후속작 '세븐나이츠2', 스위치 버전인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앞서 7월 출시한 '마구마구2020 모바일' 역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넷마블은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 등 외부 IP를 통해 매출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같은 게임 업종이라도 개발보다 퍼블리싱 비중이 높았던 만큼 엔씨소프트보다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달간 2배 오른 넷마블, 현재 주가는 부담?
최근 넷마블 주가는 무서운 기세로 올랐다. 6월 말 10만500원에서 이달 4일 19만7500원으로 두 달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8월 이후로 계산해도 상승률이 53.9%에 달한다.

덕분에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도 단숨에 16위로 뛰어올랐다. 당시 8조6227억원이던 시가총액이 16조9468억원이 됐다. 고개를 들어보니 엔씨소프트(14위)가 눈에 들어온다. 고작 9000억원 차이다. 7월 초 주가 100만원까지 넘봤던 엔씨소프트가 주춤한 사이에 거리가 많이 좁혀졌다. 게임업계 대장주를 탈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주가가 지금까지 나온 호재를 모두 반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이후 나온 리포트를 보면 대부분 투자의견으로 '매수'가 아닌 '보유'를 제시했다. 목표 주가 역시 현재 수준보다 훨씬 낮다.

목표주가 14만5000원을 제시한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의 올해 P/E(주가수익비율)는 53.3배로 엔씨소프트(24.7배), 액티비전 블리자드(26.0배), 넷이즈(25.3배) 등에 비해 고평가됐다"고 분석했다.

넷마블이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K-뉴딜지수' 종목 중 하나로 선정됐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향후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상장하면 자금 유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발표 이후 첫날인 4일에는 넷마블보다 시가총액이 작은 펄어비스가 수혜를 받는 모습이었다. 황현준 연구원은 "긍정적인 이슈는 맞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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