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적" 예민해진 중국, 같은 민족도 안 봐준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2020.09.0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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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호주 앵커 구금…백악관서 일하는 위마오춘 모교 기념비서 이름 삭제 수모

[베이징=신화/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연기됐던 중국 정책자문 회의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21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다. 2020.05.21[베이징=신화/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연기됐던 중국 정책자문 회의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21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다. 2020.05.21


중국계 외국인(화인·華人)에 대해서도 중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될 경우 가차없는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비롯해 주변 여러 국가들과 갈등이 커지면서 애국주의가 강화된 영향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중국 당국은 중국중앙(CC)TV 영어방송 채널 CGTN의 중국계 호주인 유명 앵커 청레이(程雷)를 2주가 넘게 구금하고 있다. 청레이의 구금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중국 외교부는 다만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때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 지도부의 미숙한 대응과 언론 통제 등을 비판한 것이 구금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현재 청레이는 베이징 모처에서 가택 연금 중이다. 가택 연금은 공식적으로 체포되거나 기소되기 전 최대 6개월간 변호사 없이 구금되는 것을 말한다.



청레이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1980년대 부모님을 따라 호주로 이주했다. 이후 국적을 호주로 옮겼다. 2003년부터 CCTV 영어 채널에서 언론인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9년간 CNBC의 중국 특파원을 일하다가 2013년 다시 CGTN으로 돌아왔다.

비교적 공정한 진행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그의 구금은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월 중국 민주화 개혁을 주장해온 중국계 호주 국적 작가 양헝쥔(楊恒均3)을 구금했고, 같은해 8월 간첩혐의로 기소했다. 청레이도 유사하게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중국의 이익과 반하면 화인(華人)이라도 가차없는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 위마오춘(余茂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중국정책 수석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중국 충칭(重慶)에서 태어난 그는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위마오춘은 미국의 대중 강경정책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그의 모교 중학교 교정 비석에 새겨진 위마오춘의 이름이 지워졌다. 이 기념비엔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이름이 새겨진다.

중국 관영매체는 그를 '매국노' '거짓학자' '정치 투기꾼'으로 비난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그를 외국과 내통하는 민족의 반역자를 뜻하는 '한젠(漢奸)'으로 부르며 맹비난하고 있다.

중국내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과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인도 필리핀 등과는 영유권 분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내부적인 결속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이나 국적을 막론하고 공산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선 강한 공격을 가해 잠재적인 비판자들에게 무언의 경고를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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