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릿지 단독]급증한 '빌라' 매매의 '검은 그림자'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0.09.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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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릿지GO]돈 한 푼 없이 빌라 매매…전문가 "세입자만 피해볼 수 있어"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빌라의 전세나 매매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빌라 매매건수는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로 어느 지역에서 어떤 용도로 빌라를 매매하는 것일까? 빌라 매매나 전세 계약시 유의해야할 점은 없을까?



머니투데이 부동산 전문 유튜브채널 '부릿지'는 6~7월 빌라 매매가 급증한 강서구 화곡동을 찾았다. 7월 서울 전체 빌라 매매의 9%에 해당하는 657건이 화곡동에서 이뤄졌다.

일대 중개인 등을 찾아 빌래 매매가 어떤 목적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특히 화곡동 빌라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무갭투자'의 실상을 취재했다.



강서구, 은평구에서 빌라 매매 늘어난 이유
[부릿지 단독]급증한 '빌라' 매매의 '검은 그림자'









▶조한송 기자

안녕하세요 부릿지입니다. 최근 거래량이 급증한 빌라 매매와 관련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1~2인 가구가 거주하는 원룸, 투룸 형태의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을 빌라라 부르는데요. 최근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이 오르다보니까 풍선효과가 빌라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의 거래(매매) 건수는 총 7300여건입니다. 2008년 4월(7686건) 이후 최대치입니다. 오늘 부릿지는 주로 어떤 분들이 빌라를 매매하고 있고 투자에 유의할 점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은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 밀집 지역입니다. 보이는 것과 같이 다세대 연립 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서울지하철 5호선과 2호선이 통과하는 까치산역 인근에 위치해 직장인의 수요가 높은 지역입니다. 지난 7월 화곡동에서만 빌라 매매거래가 657건이 거래될 만큼 많았는데요. 지난 6월 대비 두배 많은 거래량입니다. 실거래 내역을 살펴보니 주로 전용면적은 29~47㎡, 매매가는 2억원에서 최대 4억원 선이었습니다. 화곡동에 거래가 몰린 이유는 무엇인지, 주로 어떤 목적으로 거래했는지 등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빌라중개인 A씨

강서구가 거래가 많은 이유는 돈 없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강서구가) 역세권이고 생활하기도 편하고 좋아요. (연령은)3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해요. 연세 많으신 분도 있고요. 어찌됐든 다른 동네보다 (투자) 금액이 적게 들기 때문에기 때문에 들어가기 편한데 가는 거죠. 화곡동 특성이 갭(매매가와 전세가 차이)이 거의 없어요. 이 동네는 처음부터 분위기가 그랬어요. 돈 1000만원만 있어도 (매매가) 돼요.

▶빌라중개인 B씨

강서구 화곡동 같은 경우에는 매매랑 전세랑 금액 차이가 없어요.500만원이나 1000만원 정도 (갭을) 넣으면 더 잘 나가긴 해요.

▶신축빌라전문 중개업체 '빌라정보통' 이정현 대표

비율로 따지면 실거주 용도 매매가 50% 나머지 50%가 갭투자라고 볼 수 있어요. 갭 차이 2000만~3000만원 정도. 그나마 자기 돈이 일부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40% 이상이 명의대여 투자(무갭투자)예요.

신축 빌라를 분양가 그대로 전세가를 집어넣는 방법이예요. 전세자금 대출이 공시가격의 150%까지 최대 90%까지 가능하거든요. 그 제도를 악용하는 거죠. 강서구가 가장 심하고 은평구도 일부 진행되는 곳이 있어요. 그걸 전문적으로 하는 브로커(중개인)가 있고요. 조정대상지역에는 (집이) 2채 이상이면 (취득세가) 8% 잖아요. (취득세를) 1%로 맞출 수 있는 신규 명의자를 데리고 오죠. 무주택자들.

돈 한푼 없이 빌라매매 …'무갭투자' 가능한 이유

[부릿지 단독]급증한 '빌라' 매매의 '검은 그림자'



▶조한송 기자
특히 이곳 화곡동에선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크지 않다보니 갭투자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투자금 없이 빌라를 매매하는 무갭투자는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가를 책정하면서 나타나는 거래입니다.

먼저 건축주는 분양대행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할테니 빌라 매매자와 세입자를 구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분양대행사는 전세 대출 이자를 일부 지원해준다며 세입자를 모집합니다. 이때 전세가는 매매가 1억4000만원 보다 3000만원 높은 1억7000만원에 책정됩니다.

임차인은 공적 보증기관으로부터 전세대출금 상환보증 및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받아 보증금 1억7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습니다. 임대인은 보증금 1억7000만원 중 1억4000만원은 건축주에게, 나머지 3000만원은 분양대행사에게 지급합니다.

분양대행사는 이 3000만원 중 일부를 수수료로 갖고 나머지를 매입자와 임차인에게 각각 취득세와 대출 이자 지원금으로 나눠주는 구조입니다. 빌라 매입자의 입장에선 무주택 명의를 활용해 투자금 없이 빌라를 매매할 수 있는 셈입니다. 빌라정보통에 따르면 이와 같이 매매가와 전세가가 똑같은 ‘무갭투자’와 관련한 문의가 잇따릅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애꿎은 세입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신축빌라전문 중개업체 ‘빌라정보통’ 이정현 대표
빌라 시세가 1억4000만원인데 공시가(1억1300만원)로 보니까 150%이면 1억7000만원까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거에요. 보증보험까지 다. 3000만원을 뻥튀기 시키는 거에요. 그걸로 중개인이 세입자 맞춰주고 세입자한테 이자 지원 해주고. 명의 대여자한테 명의 넘기고 그런게 두드러지고 있어요 전보다 많이.

나중에 채권 회수가 안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집을 경매로 넘기겠죠. 그러면 투자한 명의자들은 신용 불량 상태가 되는거죠. (세입자 중)안심전세보증보험을 가입안 한 사람이 더러는 있을거예요. 그러면 임대인은 세입자에게 '이 집을 넘겨줄테니 피를 몇 백이든 달라'하겠죠. 그러면서 명의를 넘겨주는 거죠. 세입자는 오히려 더 높은 가격으로 집을 사는거에요.

[부릿지 단독]급증한 '빌라' 매매의 '검은 그림자'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실거주 목적에서는 할 말이 없지만 무자택자의 경우 청약 등 여러 가지 기회들이 있을텐데 그 기회 비용을 생각해봐야 하고요. 두 번째는 아파트하고 달리 빌라는 막상 팔 때되면 제 값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요. 아파트는 3년, 5년지나도 새 아파트인데 빌라는 신축 기간이 짧거든요. 3년~5년 지나면 선호도가 떨어지니까 제값 못받는 경우가 많고.

▶조한송 기자
오늘 현장에서 알아본 결과 최근 빌라 매매에 나선 분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습니다. 아파트 전세값이 오르자 빌라 매매에 나선 경우와 빌라의 적은 매매값과 전세값의 차이를 이용해서 갭투자에 나선 경우였습니다.

심지어는 아무런 투자금 없이 빌라를 매매하는 '무갭투자' 현상도 나타났는데요. 이 경우 전셋값 하락시에 애꿎은 세입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어서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또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분들도 전문가들 조언대로 환금성 등을 고려해 매매에 나서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음시간에도 부릿지는 현장감있는 정보들로 여러분들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출연 조한송 기자
촬영 방진주 인턴, 김윤희 인턴
편집 김윤희 인턴
디자인 신선용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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