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유력주자로 꼽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정무조사회장)은 물론, 지한파로 알려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등 어느 누가 일본의 새 총리가 되더라도 당분간 한일관계의 '급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31일 오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자민당의 현행 당칙은 3년 임기의 총재를 2차례까지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처럼 임기 만료 전에 총재직에서 물러날 땐 그 잔여 임기가 새 총재의 임기가 된다. 아베는 2018년 9월 당 총재 3선에 성공했기 때문에 1년 정도 임기가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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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현재 일본 중의원의 임기(4년)도 내년 10월이면 만료된다. 내달 중 탄생할 새 총리와 내각의 역할이 '위기관리'와 '선거관리'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가 장관이 뒤늦게 자민당의 차기 총재 유력후보로 급부상한 것 역시 이 같은 흐름과 관련이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 <자료사진> © AFP=뉴스1
집권당의 최우선 과제가 정권 재창출임을 감안할 때 현재 자민당 입장에선 기시다를 앞세워 총선을 준비하기엔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스가는 작년 4월 나루히토(德仁) 일왕 시대 연호 '레이와'(令和)를 직접 발표한 것을 계기로 10대들에게서마저 '레이와 오지상'(令和おじさん·레이와 아저씨)란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이름을 날렸다.
게다가 스가는 지난 7년8개월간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아베 총리의 비서실장 역할을 맡아 정권 내부 사정에도 빠삭하다. "관료조직은 스가가 장악한 지 이미 오래"란 얘기까지 올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자료사진> © AFP=뉴스1
뿐만 아니라 올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도 차기 일본 정권에서 한일관계가 후순위로 밀려나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아베는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직접 뉴욕으로 날아가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를 만나는 등 개인적 친분을 쌓는 데 공을 들였다. 둘 사이의 이런 관계는 이후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대한 '후광효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이번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미일관계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 국면에 접어든다는 것을 전제로 새 총리가 내년 10월 중의원 임기 만료 전에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실시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 이 경우 '포스트 아베' 시대 한일관계는 일본의 차기 정권이 아닌 차차기 정권에서나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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