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스틸 컷 © 뉴스1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또 한 번 관객들의 인식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인버전'이라는 개념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아니었다면 감히 '그럴듯하게' 시각화하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다. 체험적 즐거움 뿐 아니라 지적인 재미까지 제공하는 그의 영화가 이 시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이유다.
지난 26일 개봉한 '테넷'(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과 이를 화려한 블록버스터 영화로 구현하고자 하는 야심, 물리학적 오류를 점검할 정도로 집요한 지성이 응집된 작품이었다.
영화는 대형 오페라 극장에 발생한 테러를 그리며 시작한다.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주인공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는 누군가의 지령을 받고 어떤 물건(테넷)을 빼돌리는 데 성공하지만, 이내 정체를 들켜버려 고문을 받는다. 그는 끝내 배후를 밝히지 않고 자살을 유도하는 알약을 먹고 만다.
"'인셉션'의 아이디어에 첩보 영화의 요소를 섞은 작품"이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소개처럼 '테넷'은 전체적으로 첩보 영화의 형식을 띈다. 인류 멸망의 위기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을 그려내는 다소 전형적인 구조다.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역시나 시간을 활용한 아이디어다.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시간을 역행하고 다시 순행할 수 있다'는 발상은 처음에는 무척 어렵게 느껴지지만 영화적인 규칙으로 받아들인 후부터는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한다. 주인공의 능력치를 확장시켜 전혀 본 적 없는 그림을 만들어내며,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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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이나 다중우주론,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 어렵게 느껴지는 물리학 이론이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그러나 이를 알지 못해도 이야기에 집중하면 영화를 즐기는 데 큰 문제는 없다. 겁을 먹지 않는 한 괜찮다. 물론 이를 다 이해한다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배가될 수 있다. 이처럼 '테넷'이 갖고 있는 다양한 층위는 이 영화를 'N차 관람용' 작품으로 만든다.
인간적인 주도자를 연기한 존 데이비드 워싱턴, 의뭉스러운 조력자 닐을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 주도자가 연민을 갖게 되는 여인인 캣을 연기한 엘리자베스 데비키의 케미스트리가 좋다. 150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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